친구

by Om asatoma

그 일이 궁금하다면, 그냥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것 때문에 꼭 작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용기가 없었나 봐요. 네, 용기가 없었어요. 직접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 거지요. 네가 뭔데 그에 관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다니냐고 할 것 같았어요. 그와 저의 관계는 특별하지 않았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거고요. 작가가 되면 취재를 이유로 좀 더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꼭 그 사건이 아니었어도 이 정도로 소심한 위인이니 글을 쓸 수밖에 없었겠다 싶네요.


지금은 만족하시나요?


만족...... 만족이라는 단어가 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요. 무엇때문에 나는 아직까지 그 사건을 잊지 못했을까, 무슨 이유로 나는 그를 이십여 년 넘게 마음에 품고 있었을까에 대한 답은 어렴풋이 알게 된 것에 대하여서는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건 개인 내적인 이유에서 그렇다는 말이고요.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해요. 겨우 잊고 사는 이들도 있을 텐데, 지금 와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또 다른 오해와 곡해를 낳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망자의 명예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여전히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요.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그에게 건네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그에게서 듣지 못한 이야기들, 그가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겠죠.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었어요. 살아남은 자의 책임감이기도 하고, 그 시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기도 합니다. 그 사건.. 그 일과 관련해서 제가 단정 지어 무언가를 전달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해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를 향해 남아있는 질문들에 대해 더 넓은 이해를 구하고 싶었어요. 그를 더 큰 마음으로 안아주기를 바라요. 그 당시의 모두는 그냥 어버렸어요. 그의 존재까지도 존재했었다는 사실까지도요.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적어도 제 생각에는 더 큰 존재감을..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의 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요?


그 당시에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마음이 계속해서 따라다녔어요.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그에 대한 물음표라기보다는 그를 잊지 못하는 제 마음에 대한 물음표를 탐구하기 위한 일인 것 같아요. 그와 나눈 몇 되지 않는 장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계속해서 그와 관련된 지인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에 주목했어요. 이십 년이 넘은 일이에요. 슬픔과 두려움보다는 이제는 그를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남아있어요. 스무 살이 얼마나 어린 나이인지 잘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의 친구인 새로운 스무 살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겠지요. 그 친구들에게 희망보다는 위로를 주고 싶어요. 헛된 희망의 끝에 있는 배반감과 좌절감을 함께 책임질 수 없다면 희망이라는 것은 함부로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많은 형태의 절망을 이야기하게 될 겁니다. 그게 삶에서 흔히 접하는 장면들이라는 것을 알면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죠. 그러나 바탕에는 희미한 희망의 기운을 깃들여 놓아서 결국은 이겨내게 된다는 좀 고리타분한 결말이 될 거예요. 세상에 대해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내부의 빛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그래서 다시는 친구를 잃고 글을 쓰게 되는 작가들이 생기지 않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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