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철

by Om asatoma

버스종점 음곡 마을에서도 산길 따라 올라가야 하는
그 집에는
도시에서 직장 다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일손 부족한 감 철마다 들어와 일을 한다

택배회사 정 부장 동네 물건 다 싣고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그 집이라

해는 이미 지고 가을밤 공기 황량한데
창고 작업장에 불 밝히고
몸 겨우 가누는 어린아이 낡은 유모차에 앉혀놓고 선별기를 돌리다가

택배차 들어오고 배 곯은 아이 울어 젖히자
돌아앉을 새도 없어 포장 작업해 놓은 택배박스 옆에 앉아
아무리 조심해도 보일 수밖에 없는 젖을 내어 아이 입에 물리고
정 부장은 상차작업을

여자는 어느 회사 로고 박힌 작업복 차림으로
오래 웅크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면서
주문 들어온 물량 맞추느라 다시 또 선별 포장작업을 하는데
정 부장은 떠나기 전
끼니때도 놓치고 범벅에 흙먼지 뭍은
그 집 딸 얼굴 가득한 농사 걱정 아비 걱정을 읽고야 말았다

수백 수천 박스 팔아도 농비에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농사를 지으며 빚을 짓는 늙은 아비
손톱의 흙 때 빠지고 이미 굽기 시작한 등
더는 굽어지지 말라고

몸도 제대로 풀지 않은 출가한 딸
외간 남자 기척은 아랑곳 않고
가을밤 붙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 한 번 바라보다
시동을 켜고 어둠 속에 산길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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