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by Om asatoma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이 몇 있기는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듣지 못하겠고
여자들이 쓴 글도 읽지 못하겠다
특히 시가 그러하다

여자들이 쓴 글에서는 여자냄새가 난다
앵앵거리는 목소리와 무책임한 어휘들의 나열이 떠다닌다
정말로 정말로 시를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만
이병률 시인이 거북스러울 만큼 지나친 추천사를 쓴 어느 여성시인의 시집을 며칠 읽어보려 시도는 하였으나 눈으로도 읽어지지 않고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읽어지지 않고 오히려 어지럽고 산만하여 피로가 몰려온다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수다를 늘어놓는 사람들 틈에 있을 때의 피로함.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하여 혼자 떠드는 여자를 앞에 두었을 때의 피로함.

뭐 꼭
글도 잘 쓰는데 말도 잘하고 젊고 몸도 건강해 보이고 피부색도 마음에 들고 콧구멍도 잘 생기고 귀도 잘 생기고 특히나 입술이 실한 이병률 작가가 대단한 찬사를 보낸 시집이라는 것에 대한 질투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 여자 시인의 시집, 못 읽겠다

특히 어미의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류의 발굴 안 된 새 슬픔을 발굴해내었다니,

이런 호들갑을 보며 이병률 작가도 다시보게 되는!

그러다 김사인 시인이나 정호승 시인이나 그 나이대의 아저씨들 시를 읽으면 그나마 좀 진정이 되면서 어떤 호흡이 시선이 위트가 흐름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고로 나는 글조차 남자가 쓴 글이 좋다.
또는 나는 낡았거나 나는 오래되었거나 나는 현대를 모르거나
분명한 건 나는 시를 모르겠다

시 비슷한 것도 쓰겠다

어떻게 글까지 남자가 쓴 글이 좋다 하는지 이 뻔뻔하고 저질스러움이 아무튼 나는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창원 용지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