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쓰려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하하
나에게 SNS는 참 계륵 같은 존재다.
SNS 헤비 유저까지는 아니어도 몇 년 전까지는 인스타를 꽤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가장 열심히 인스타를 했던 때는 첫번째 해외 근무 시기.
내 평생 처음 살아보는 곳이니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추억이나 감상을 기록해두고 싶었고, 매번 연락을 주고 받지는 못 해도 ‘저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라는 일종의 생존 신고를 하는 느낌도 있었다. 내가 올린 피드를 통해 댓글로 친구나 동기들과 소통하니 별로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에 있어도 1년에 1번도 볼까말까 할 만큼 서로 바쁘고, 보통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 받곤 하니까 크게 다른 게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새로운 피드를 올리지 않은 지 3년이 넘은 것 같다.
두 번째 해외 근무를 갔던 초창기에는 다시 열심히 SNS를 했었는데, 이후 업로드 주기가 점점 뜸해지고.. 지금은 22년 말이 나의 마지막 업로드이다.
SNS에서 멀어지게 된 표면적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그런데 무엇이 귀찮을까? 물론 업로드할 사진들을 고르고, 피드를 적고 하는 과정 자체가 귀찮을 수 있다. 그러나 내 귀찮음은 그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음의 본질을 더 파고 들어가보면, ‘나의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더 어려워지면서 고민을 하는 과정이 귀찮아졌던 것 같다.
SNS 업로드에서 멀어지게 된 계기는 코로나 시기였다.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던 영국은 21.7월부터 모든 코로나 제한 조치가 풀렸고, 연말이 되니 유럽 간 국경을 넘는 여행도 자유로워져서 (그 전까지는 국경을 넘으면 넘어간 그 나라에서, 그리고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코로나 테스트를 거쳐야 했는데 그게 너무 귀찮아서 여행을 전혀 안 다녔다) 점차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집합금지, 해외 다녀왔을 시 코로나 검사와 2주 자가격리 등 제한조치가 유지되던 시기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계속해서 자유롭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잘 지내고 있는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올리기가 부적절해 보였다.
물론 내 SNS는 비공개라서 거의 지인들만 팔로워이긴 하지만, 그 중에는 이제는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사람도 있고,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더욱.. 조심스러웠다.
물론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구설수 걱정 같은 걸 할 건 아니지만, 어쨌든 다들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거기에 여행 사진을 올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여행 사진을 올리지 않자니 딱히 올릴 피드도 없고.. 소소한 내 일상도 처음에는 잘 도착했나 등등 안부가 궁금하겠지만 너무 자주 올려봐야 안 궁금한데 공해일 거 같고.. 그런 식으로 업로드 주기가 뜸해지다 보니, 어느새 업로드를 거의 안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 경험으로는, 내 현생이 재밌으면 SNS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
생각해보면 SNS를 보는 이유는 심심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사나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현생에 재밌는 게 많으니까 SNS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낭비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삶도 궁금하지도 않고, 오히려 알게 되면 사실 별 관심 없는데 반응을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렇게 점점 업로드 뿐 아니라 SNS 피드 자체를 잘 안 보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 켠에는 무언가 업로드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언가 기록을 남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래도 가끔은 생존 신고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의무감도 있었다.
그래서 3-5일에 한 번씩은 피드 하나라도 올릴까,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업로드를 할까, 이번 여행은 다녀와서 꼭 업로드를 해 보자 등 여러 생각을 했지만 결국 하나도 실천하지는 않았다.
사실 만날 사람들은 SNS가 아니어도 만나고 연락할 수 있으니, 내가 피드를 올리지 않는다 해서 연락이 끊겼다거나 등 아쉬움은 크게 없다.
다만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는 새로운 SNS 니즈가 있다.
개인 SNS는 어차피 폐쇄적으로 운영해왔으니 상관이 없는데, 현대 사회를 살다보니 가끔씩 공적인(?) 페르소나의 SNS 계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발레 학원을 다니면서 학원 계정을 팔로우하고, 소통을 하고 싶기도 한데, 나의 개인 SNS 계정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고 싶지는 않아서 팔로우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친목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스타 ID를 교환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도 내 ID를 공개하기가 꺼려졌다. (결국 그 때.. 인스타 안 한다고 해버렸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 그들과 인스타를 통해 연락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 개인 인스타는 너무 나의 개인정보들과.. 그간 살아온 삶의 궤적들이 상세히 들어있는 피드들이 많아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그 정도까지 오픈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경험들을 몇 번 거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향과 관심사를 갖고 살아가는지를 살짝은 보여주면서도 너무 깊이 오픈하지는 않는 오로지 ‘전시용’ 페르소나를 위한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자기 PR의 시대니까..
인스타로 일 제안도 받고 한다니까..
인스타가 일종의 포트폴리오로도 쓰일 수 있는 셈이다.
이 생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했지만 아직도 만들지 못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떤 식으로 나를 전시하고 싶은지 방향성을 아직 정립하지 못 했고, 둘째 이유로는 사실은 또 그만큼 절박하게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그냥 내가 관종끼가 좀 있을 뿐이고 언젠가는 약간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기도?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지 딱히 먹고 살기 위해 자기 PR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라서..
사실 이 생각 자체도 거의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에 SNS 관련 글을 쓰면서 다시 떠올렸다.
원래 이 글을 써보려 했던 이유도, 어떤 식으로 페르소나를 만들면 좋을지 글로 쓰다보면 생각이 좀 정리되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한동안 고민 안 하고 있던 주제이다보니 그냥 나의 SNS 사용 역사를 늘어놓은 정도의 글밖에 안 된 것 같다.
페르소나 인스타 개설의 필요성이 정말 진짜로 있는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글을 하나 더 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