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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느 Jan 04. 2025

1월 시작글

2024년 회고와 2025년 시작

2024년을 다 살아내지도 못 한 것 같은데, 2024년이 끝났다고 하고 2025년이 왔다.


2024년은 너무 정신 없는 한 해였다. 오랜만의 매운맛 K-직장생활, 달라진 직급과 높아진 책임감, 완전히 새로운 일, 헌신을 많이 요구하는 상사, 그리고 잦은 출장까지! 내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이 조합 속에 시간과 에너지를 빨리면서, 그 와중에 회사에만 매몰될 수 없다며 여행도, 취미생활도, 운동도 아주 작은 틈새라도 보이면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지치고 기 빨리고 현타 온 대부분의 날들과 그 와중에 찰나의 보석 같은 반짝거리는 순간들 여러 번과 훈훈한 기억들이 혼재된, 그래서 ‘아주 최악이었어’ 라는 평가를 면한 나의 2024년이 완성되었다.




2024년 감사한 일


최근 2024년 가장 감사한 일 3가지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아서 생각해봤다.


첫째, 바쁜 와중에도 잘 짬을 내어 가족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가고 동생도 취직을 하게 되면서 이런 기회가 이제는 어쩌면 없을 수 있다 생각하니 한 번 한 번이 소중하다.

 

둘째,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어 일할 수 있었던 것. 사람이 간사해서 정작 와서는 힘들다고 징징, 일 많다고 징징, 불평 불만만 했지만. ㅎㅎ 그리고 사실 지금도 힘든 건 여전한데, 커리어에 두고두고 도움될 것 같아서 오려고 노력했던 곳이고, 와보니 진짜 커리어상 오길 정말 잘 했다 싶은 곳.. 지금도 여기 오고 싶다는 사람들 많은데 자리가 안 나서 못 오는 거 보면서 나는 감사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는 곳. ㅎㅎ


셋째, 한국에 와서 새로운 독서 모임을 시도했던 것. 영국에서 알고 지내던 분들이 귀국해서 찾아오기도 하고, 독서 모임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 감사하다. 독서 모임과 낭독회 모임이 처음엔 삐그덕거렸는데 조금씩 안정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



지낼 때는 몰랐는데, 나 2024년 참 열심히도 살았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만족스러워!’라는 말은 결코 나오지 않는 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후회되는 것은 없다..?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돌아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뭘 못 해서, 뭘 시도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건 없는 것 같다.…




2024년 아쉬운 일 - 개선점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거창한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고, 따라서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이 전혀 없고 그럴 예정도 없다. 다만 올해의 목표라면, 작년의 아쉬움들을 돌아보고, 아쉬웠던 부분,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다.


2024년의 나에게 아쉬운 점들도 이것저것 많다.


첫째, 사소한 일들을 미뤄서 소소하게 많은 손해를 입은 것. 미루기는 내가 너무너무너무 싫어하는 내 나쁜 습관이다.

연말에 으레 연내에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작년 연말에는 유독 미뤄두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많아서 해를 마치는 기분이 산뜻하지 못 했다.


하나하나는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작은 사소함들이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의 금전적 손해, 일신상의 손해, 기분이 찜찜하다는 정신적 손해 등, 실제적으로 나에게 피해가 되어 돌아오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업무 택시 사용 금액 청구가 귀찮아서 미루다가, 연말 부서 집행 마감 전 청구하기 빠듯해서 결국 청구를 포기했다. (모으면 그래도 몇만원 이상..)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줄이려면 손해가 난 것들을 좀 팔아서 포트폴리오 정리를 하겠다고 1년 내내 생각했으나, 결국 하나도 안 했다. 세금을 몇십만원은 줄일 수 있었을텐데. (생각은 5월쯤부터 했는데, 5월에는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많으니 차차 하자 - 라고 생각했고, 7월에는 출장과 휴가 다녀와서 하자, 했고 9월에는 또 다른 출장 끝나고 11월쯤 되면 한가할테니 그 때 하자 했고, 11월에는 12월에 하자 했고 12월에는 이런식으로 미뤄둔 다른 더 급한 일에 밀려 결국 안 함)


회사에서 연내 채워야 하는 교육 이수 시간 60시간을 미루고 미루다가 연말에 몰아서 해보려 했으나, 결국 다 채우지 못 했다. 정해진 교육 이수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승진 심사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데.. 솔직히 큰 영향은 없겠거니 싶지만 찜찜한 것은 사실. 강점을 만들지는 못 할 지언정 굳이 약점을 만든 내가 짜증난다. 어렵지도 않은 것인데 왜 진작 시작을 안 했니..?


미국 출장을 대비해서 미국 비자 신청을 미리 해둬야지 생각만 하며 미뤄두고 있었는데, 결국 우려했던대로 급하게 미국 출장이 잡히게 되었고, 비자 신청을 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임시방편으로 내 돈 들여 ESTA를 받아서 가게 됐다..

당장 다음주 화요일에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금요일 신청 후 토요일 저녁인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서 매우 찜찜하다. 잘못 하다가는 비자가 없어서 출장을 못 갈 판인데.. 지금까지 안 나온 사람은 없었다 하여 설마 그러랴 싶지만 매우 신경이 쓰인다…


*이후 업데이트 : 토요일 밤 늦게까지도 ESTA 승인이 나오지 않아서 몇번이나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새벽까지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고.. 일요일에 플랜 b를 찾아보자고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자러 감.. 결국 악몽을 꾸는 등 불안 초조에 시달리고 일욜 일 있어서 7시부터 일어났는데 간밤에도 업데이트 no.. 그러다가 오전 11시쯤 드디어 승인이 났다! 48시간 걸렸다.. 대부분 몇시간만에 승인되었다는 후기가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니 엄청 쫄렸는데 결국 나긴 났다 ^^;; 하지만 정신 건강이 많이 깎여나갔다..


미리 비자를 신청해뒀더라면 이런 스트레스 없이 출장을 다녀왔을 터인데.. 과거의 나 자신이 매우 후회되는 중.


그 외에도 후회되는 몇몇 일들이 있는데, 대충 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나열은 생략한다.


둘째, 사람들과의 만남, 접촉을 많이 제한했던 것.


새로운 생활 패턴과 업무,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데에만 기 빨려서 한국 돌아온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한 친구, 지인들이 있다. 회사에서도 동기들, 선후배들과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말만 하고 정작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지는 않았다. 약속 잡자고 연락하기도 귀찮고, 에너지가 없어서인지 혼밥이 젤 편하고… 점심시간 만큼은 아무도 날 찾지 않으니 짧은 그 시간이나마 정신적으로 off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사람들과의 대화, 접촉에서 얻는 것도 정말 많다고 생각하는지라, 돌아보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좋았을걸 아쉬움이 남는다. 1년 내내 ’해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었다. 하지 않아서 계속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이라면, 당장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 일이라 해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올해는 귀찮고 피곤해도 의식적으로 사람들과의 접촉의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보려고 한다.


작년에 이런 일들을 계속해서 미루면서 지금은 너무 정신이 없으니까, 돌아가고 있는 일이 있으니까, 하며 외부 상황 핑계를 댔었다. ‘이 일만 끝나면 해야지, 이것만 지나가고 좀 여유로워지면 해야지..‘


그런데 이 일이 끝나면 바로 다른 일이 닥쳤고, 이것이 지나간다 해도 예상치 못 한 다른 일이 금방 생겨서 여유로운 때는 없었다.


작년에 그나마 했던 많은 일들은 여유롭지 않은 와중 그냥 내가 하겠다,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해진 스케줄을 강행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나마 여유로울 것 같은 시기를 최대한 고르긴 했다)


지난 1년간 일이 한가한 때를 기다려봤지만 그런 때는 없었던 걸로 보아,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ㅎㅎ 왜 여기는 휴일도 없고 개인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냐며 불평해봐야 소용 없다.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게 싫다면 떠나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다고 제 발로 왔고 아직 이 곳에서 배우고 싶은 게 더 있기에 지금 떠날 생각이 없으니까.


무언가 더 하고 싶다면, 내가 시간 관리를 더 잘 하고,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하고, 고난도 행보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에 더하여 떠날 수 있을 땐 과감하게 떠날 줄도 아는 배짱도 필요하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 또한 내가 하고 싶다고 선택한 일이니 누굴, 무얼 탓하랴.


작년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다가 흘려보낸 것들이 꽤나 있으니 올해는 더 나은 때를 기다리기보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지금 그냥 하자. 미루지 말자. 그때 그때의 우선순위만 잘 정하자.




2025년 하고 싶은 일


거창한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새해니까, 올해 해보고 싶은 일이 뭐가 있지? 정도는 생각해봤다.


대체로 작년에 해봤는데 좋았던 일을 더 많이, 더 꾸준히 잘 하자! 하는 마음이다.


즉, 글쓰기, 명상, 독서 모임 계속 잘 운영하고 더 키우기, 운동 더 규칙적으로 많이 하기.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은 외국어 하나 새로 배워서 어학 점수 따기. 회사 부서 배치 등에서 가산점이 있어서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사실 이게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보다는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만한 발전적인 일을 하나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기왕이면 그게 실용적이기까지 하면 더 좋은 거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고등학교 때 조금 배웠던 독일어 배우기가 늘 마음 속 버킷리스트처럼 남아 있는데, 올해 실천해보려고 한다.



연말에 글쓰기 회고 모임을 하면서 내년은 어떤 해가 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나는 2024년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분명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데 겨우 제자리인 느낌이었다고. 많은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낯설었던지라 고작 제자리에 버티고 있기 위해서만도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했다고.

그래도 1년의 고군분투 결과 이제는 그 모든 게 많이 익숙해졌으니, 내년에는 제자리에만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뛰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아침 명상을 다시 해봤다. 작년에 혼자서 방바닥 옆에 요가 매트를 깔고 소박하게 시작했었다. 나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데 아주 좋았고 긍정적인 효과가 즉각 있었는데, 출장을 자주 가게 되면서 흐름을 놓친 후로 흐지부지 되었던 일이다.


시끄럽고 혼란했던 작년 첫 명상과 달리 올해 첫 명상은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비워내졌구나. 버거웠던 내 생활이 그래도 그 사이 꽤 비워졌나보다’ 싶었다.


비워졌으니, 이제 비로소 무엇을 채워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채울까?


‘그리핀도르의 칼’이 되자고 생각했다. (마침 어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영화를 봤다.. ㅎㅎ  요즘 용산 CGV에서 하고 있더라.)


(소설, 영화 속에서) 신묘한 대장장이인 도깨비가 만든 그리핀도르의 칼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녹슬거나 무뎌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강하게 하는 것만 흡수한다.


비워진 나의 공간에 오직 나를 더 강하게 하는 것만 채워넣을 것이다. 그리핀도르의 칼처럼, 언제까지고 낡거나 무뎌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를 더 강하게 하는 것들만 흡수하고 나에게 유해한 것은 흘려보내겠다. 그런 다짐을 했다. 꽤나 마음에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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