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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Sep 01. 2020

모든 일의 쓸모를 따지는 버릇

생산성의 필터를 끄고 싶어

'쓸모 있나?'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일을 할 때 생산성의 필터를 켜 두는 건 필수다. 생산성 증대가 목표인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하는 일의 쓸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노동을 하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면 일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회사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쓸모 있는지에 대해서. 별 영양가 없는 일로 보이는 일을 '짜치는 일'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잡무'로 묶이는 일을 할 때 자신이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모두들 기피하는 '짜치는 일'은 결국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짜치는 일'의 범위도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해보는 큰 프로젝트가 누구에게는 '짜치는 일'이 된다. 시간을 들여서 수치 등을 정리하는 단순작업을 '짜치는 일'로 정의하는 이들도 있다.


업력이 높지 않은 나조차도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의 쓸모를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다. 회사의 평가기준도 제각각일 거다. 회사의 모든 일이 '짜치는 일'로 보인다면 퇴사를 생각하게 될 거고. 


일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눈과 손의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눈은 저 높이 있는데, 손은 더디다면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내 눈으로 보기에 어마어마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손이 하는 일이 작아 보인다고 투덜대기에는 하루 8시간이 너무 길다. 옆자리에 투덜이 스머프 같은 사람이 앉아있으면 덩달아 피곤해지곤 하는데, 스스로 투덜이가 되는 건 정신건강에 쓸모없는 짓이다. 주특기인 합리화를 발휘해서 모든 일에는 쓸모가 있는 거라고 합리화를 시작한다. 적어도 이번 달 월급이 무사히 들어왔다면 꽤 쓸모 있는 일을 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쓸모에 대한 고민 대신 쓸모 있을 거라는 합리화와 함께 월급날을 기다린다.



'쓸모 있나?'


퇴근 후나 주말에도 쓸모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쉬는 법을 제대로 못 배운 느낌이다. 예능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는 게 과연 쓸모 있는지 고민할 때도 있다. 얼마나 멍청한 고민인지 알면서도, 회사에서 들고 나온 생산성의 필터를 끄지 못한 기분이다. 아니, 꺼본 적이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걸 알지만, 생산성의 필터를 끄는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한다. 이 글은 쓸모 있나? 쓸모란 무엇인가? 쓸모 있을지 모를 고민을 한다. 잠을 자야 내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잠은 쓸모 있을까? 몇 시간을 자야 쓸모 있는 잠일까? 


고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아서 글을 마무리하고 자기로 한다. 쓸모의 기준을 바꾸면 좀 나아질까? 쓸모의 기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글을 훗날 쓸 수 있기를. 



*커버 이미지 :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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