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집에 있는 게 근황
회사에서조차도 재택근무가 대부분이고, 가끔 출근해도 사무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밥도 회사의 지침에 따라 각자 자리에서 먹느라 이야기를 거의 안 나눈다. 즉, 재택근무를 하나 회사에 출근을 하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다.
"잘 지냈어?"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2주에 한 번씩 있는 그림 모임에 갔다. 몇 명 안 되는 인원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있으면서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 이외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그냥 집에 있었어요."
근황에 대한 대답은 다들 비슷했다. 집에서 각자 무엇인가 할 뿐이다. 홈트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시험공부를 한 사람도 있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사람도 있다. 집에서 혼자 무엇인가를 했다는 게 모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사람이랑 오랜만에 이야기 나눠요."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법을 잊어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모임조차 없었다면 아예 타인을 대하는 법을 잊어먹지 않을까.
근황이랄 게 없다 보니 다들 과거 혹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제일 좋았던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이야기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로나가 없는 미래를 이야기하다가도, 정작 코로나가 사라질 때쯤 세상은 이미 많이 바뀌어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때쯤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방식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다음 모임 때까지 사람 만날 일 없을 것 같아요."
서로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앉고,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보다, 어디까지 나빠질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안부를 묻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힘들고 우울할 테니까.
내일도, 그다음 날도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꾸릴 것인가. 잘 견디고 있다는 근황을 무사히 나누길 바라며,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커버 이미지 : 뭉크 '멜랑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