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글 잠시 멈춤
나의 눈은 뾰족하다. 뾰족한 각막을 가졌고, 독립 출간한 책에는 각막은 뾰족한데 삶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뾰족한 눈을 가지고 산지 15년 가까이 되었고, 몇 달 전부터 관련 증상을 잘 보는 걸로 유명한 안과를 돌아다녔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추석 연휴 전에 수술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회사 업무에 지장 없을 기간에 수술하고, 눈 핑계로 추석 연휴에 집에만 있을 수 있으니 적절해 보인다.
1일 1글을 브런치에 쓴 지 며칠 안 되었는데 잠시 멈추게 되었다. 이번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느낀 건, 역시 숨어서 혼자 쓰는 것보다는 공개된 채널에 쓰는 게 좋다는 거다. 혼자였으면 미뤘을 텐데, 브런치는 미루기에는 너무 큰 공간이다. 부족해서 꾸역꾸역 쓰게 된다. 완성도가 부족한 글보다 부끄러운 건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일 테니까.
아픈 건 질색인데 내일은 부디 안 아팠으면 좋겠고, 회복도 빨랐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더 나아지려고 하는 것이니 눈이나 글이나 더 좋아지면 좋겠다. 며칠 동안은 눈 감고 한동안 못 들었던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잔뜩 들어야겠다. 눈을 감은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메모하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좋아진 눈으로 더 좋을 걸 쓰고 싶다.
*커버 이미지 : 뭉크 '눈 안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