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교차결합술 원추각막 수술 후기(2)
원추각막 수술을 하면서 들었던 말에 귀를 의심했다. 내가 들었던 말들은 다음과 같다.
1. 낮잠 금지
연휴 전에 수술하고 연휴에 잠 많이 자야겠다고 생각하셨죠? 근데 절대 낮잠 주무시면 안 돼요. 자는 게 회복이 아니라 눈을 계속 깜빡여주고 눈물도 흘려주고 약을 넣어야 하거든요.
2. 눈 3초 이상 뜨고 있지 말기
눈을 오래 뜨고 있으면 눈이 마르겠죠? 3초 이상 뜨고 있으면 안 돼요. 계속 깜박여주셔야 해요.
3. 눈 자주 깜빡이기
눈을 자주 깜빡이고 눈물을 자주 흘려주는 게 중요해요.
4. 대신 너무 강하게 깜빡이지 말기
그런데 너무 강하게 깜빡이면 안 돼요. 당분간은 보호렌즈를 착용해야 하니까 너무 강하게 깜빡이면 렌즈가 빠질 수도 있거든요. 보호렌즈가 빠지면 응급전화로라도 연락 주세요, 엄청 아프실 거라서.
5. 인공눈물은 10분에 한 번씩
눈을 건조하게 두면 안 되니까 인공눈물은 10분에서 15분에 한 번씩 꼭 넣어주세요.
6. 혈청으로 만든 안약은 30분에 한 번씩
오늘 혈청으로 만든 안약을 드릴 텐데 30분에 한 번씩 넣으시면 돼요. 회복에 도움이 될 거고, 꼭 냉장 보관하셔야 해요. 수술 다음날까지만 쓰시고 버리시면 돼요.
7. 항생제와 소염제 안약도 2시간에 한 번씩
안약 넣는 시간이 겹치면 5분 정도 텀을 두고 쓰시면 돼요
8. 먹는 항생제는 하루에 3번, 꼭 밥 먹고 나서 먹기
밥 안 먹고 드시면 속 쓰리니까 꼭 밥 먹고 드세요. 미네랄 종류 영양제랑 같이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니까 철분이나 비타민 같은 건 항생제랑 2시간 정도 시간 차이를 두고 두세요.
9. 먹는 소염제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회복에 도움이 될 거예요.
수술 후 하루 세 끼 먹느라 살이 쪘고, 책상에 앉은 채 종이에 시간을 체크하며 약을 넣으면 하루가 간다. 하루를 10분 단위로 쪼개서 산 게 얼마만인가. 유튜브를 10분 본다면 시간은 금방 가겠지만, 종이만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며, 하지만 너무 강하게 깜빡이지 않으며 10분을 보내는 건 완전 다른 체감 속도를 자랑한다. 경과에 따라 안약이나 먹는 약의 정도가 달라지지만, 여전히 내 책상에는 시간 단위로 약을 표시해둔 종이가 날짜별로 존재한다.
시계를 바라보는 것과 시간을 바라보는 건 아예 다른 개념임을 체감한다.
*커버 이미지 : 그랜트 우드 '아메리칸 고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