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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의 부모처럼 될 거라는 말

노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의 나쁜 모습을 닮을 거라는 단정

by 김승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랑은 만나지 마라."


꽤 오래전에 들은 말인데, 당시에 이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일단 '편부모'라는 표현도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서 표현을 순화해서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고, 표현을 떠나서 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 그러나 이런 식의 편견을 노골적으로 듣게 되는 순간은 내 예상보다 많다. 정보는 넘치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사람간에 갖춰야 할 예의의 선은 현저히 낮게 설정되어 있는 기분이다. 내가 바라는 건 최신 기종의 핸드폰이 아니라 예의를 갖춘 사람과의 대화인데.


가정환경이 많은 걸 결정 지을 수 있다. 타고난 것만큼 환경은 중요하니까. 그러나 환경이 모든 걸 결정짓는다는 식의 회의론에는 무조건적으로 반대한다. 예를 들어서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으므로, 결국 자기 부모처럼 폭력을 저지르게 될 거라는 일반화는 얼마나 위험한가. 부모님이 이혼했으므로 자식도 이혼하게 될 거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입 밖으로 내는 건 얼마나 폭력적인 짓인가.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부모도 사람이므로 마찬가지다. 사람이므로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이 존재한다. 나 또한 그렇다. 부모님의 좋은 부분은 닮고 나쁜 부분은 닮고 싶지 않다.


"근데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네가 싫어하는 그 지점을 닮게 될 거라니까."


내가 어떻게든 발버둥 쳐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도, 편견을 가지고 단정 짓고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는 지금 당장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도 '훗날 나빠질 사람'에 불과한 거다.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으므로 아무리 자상한 척 해도 결국 권위적인 부모가 될 거고, 돈 문제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랐으므로 결국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일반화. 노력을 단숨에 짓밟는 저주에 가까운 말들.


나는 결심했다. 나의 부모님의 좋은 모습을 닮기로. 나는 결심했다. 부모님의 나쁜 모습은 배우지 않기로. 쉽지 않을 거다. 내 피가 문제라면, 살아가는 동안 서서히 나쁜 피가 빠지고 새로운 피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길러내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내가 나쁜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부모님의 탓이 아니다. 삐뚤어지지 않을 거다. 악착 같이 내 미래를 부정적으로 그려내는 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말겠다. 좋은 걸 모두 흡수하지는 못해도, 나쁜 걸 배우지는 않은 자식으로 남고 싶다.



*커버 이미지 : 이중섭 '춤추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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