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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Oct 25. 2020

모르는 사람의 생일 알림

페이스북 생일 알림을 확인하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핸드폰부터 본다. 블루라이트 필터를 설정해도 핸드폰의 푸른빛이 눈에 강하게 들어온다. 여러 알이 와있다. 얼마 전에 메일 알이 제대로 안 오는 걸 확인한 이후로는, 메일 알을 이중으로 설정해서 메일 하나를 받으면 알이 두 개씩 온다. 요즘은 일찍 자기 때문에 잠든 이후로 온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알이 떠있다. 막상 아침에 아무 알도 없으면 섭섭할 것 같다.


페이스북 생일 알도 여러 알 중 하나다. 페이스북 친구 중 생일인 사람의 알. 페이스북은 뉴스를 보는 용도로 쓰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게시물들을 살필 뿐 직접 게시물을 올리지 않기에 사실상 유령 계정이나 다름없다. 여러 페이스북 채널들의 댓글들을 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논의되던 어릴 적이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실명제가 도입되면 아무도 인터넷에서 욕을 안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신념은 무서운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힌 채로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틀리다고 비난한다. 페이스북에서 내가 확인 가능한 건 친구들의 생일과 사람들이 서로에게 쏟아내는 혐오다.


친구들 중 지금도 연이 닿는 이들이라면, 생일 알을 보고 카카오톡을 실행해서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카카오톡의 모든 친구들을 숨겨두었기에, 숨긴 친구 목록에 들어가서 친구의 이름을 찾아내고 오랜만에 친구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본다.


"생일을 축하할 수 있을 정도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서 기뻐."


생일을 축하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다. 못 본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생일 축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생일 축하조차 어색해서 보내려다가 마는 이도 있고, 이 사람이 나랑 페북 친구였나 싶은 사람도 있다. 소원해지는 걸 넘어서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이들의 생일 알을 보면 인연이 부질없다고 느껴진다. 근황조차 궁금하지 않은, 미워하거나 궁금하지도 않고 사라져 가는 사람들. 적극적인 호기심을 가질 만큼의 관심조차 남아있지 않은 인연은 정말 끝난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도 페북 생일 알이 뜬다. 이젠 소원해진 이와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이의 생일이 같다. 태어난 년도는 다르겠지만 같은 날 이들은 태어났고, 나와도 연이 닿았다. 이들은 같은 생일이지만 서로 다른 생일을 보낼 거다. 인스타그램이 대세가 된 시대이므로, 인스타그램에 서로 다르게 보낸 생일을 각자의 방식으로 자랑할지도 모른다.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여러분, 이라는 글귀와 함께.


내가 생일 때 받는 축하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생일에만 메시지가 오는 지인도 있고, 나는 미처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는데 축하 메시지를 보낸 지인도 있다. 이 친구는 나를 축하해주겠지, 라며 기대하게 되는 친구도 있고, 정말 친하지만 무심한 성격 덕분에 내 생일을 기억 못 할 걸 그러려니 하게 되는 친구도 있다. 생일은 여러모로 연락하기 좋은 명분이다. 축하하는 이를 외면할 정도로 모진 사람은 없으니까.


내일은 또 누구의 생일 알이 뜰까. 꼭 기억하고 싶어서 캘린더에 적은 후 '매년 알림'으로 설정해둔 생일이 있고, 페북이 알려주니 굳이 적어두지 않는 친구가 있고, 페북 친구가 아니어서 따로 캘린더에 적어둔 친구가 있다. 이젠 소원해진 친구의 생일 알이 올 때도 있다. 누군가의 생일을 날짜로 기억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 알이 없다면 난 누구의 생일도 기억 못 할지도 모른다. 가족들의 생일을 기억하는 게 용한 일이다.


당신의 생일은 언제인가요?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도 못할, 알이 없으면 잊어버릴 생일을 물어본다.



*커버 이미지 : 영화 '떠돌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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