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짜증이 나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짜증이 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러 가지 말로 둘러댄다.
"스트레스받는 일에 대해 글로 적어보면, 막상 내 고민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다. 글로 적어도 짜증 나는 건 짜증 나는 일이다.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고 스트레스의 크기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글로 쓴다고 풀릴 일이었다면 짜증 나지도 않았을 거다.
"스트레스받을 틈도 없이 다른 일을 해버려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힐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야 비로소 스트레스받았다고 느낄 만큼, 나름대로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짜증이 커지는 걸 느낀다. 짜증은 가장 퍼지는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다. 그동안 꾹꾹 눌러 온 스트레스가 터지고 나면 종잡을 수 없다. 도미노처럼, 짜증의 조각은 그동안 쌓인 감정들을 차례로 쓰러트린다.
평소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도 큰 편이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안 좋아하는 편이라 한번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뚝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열심히 막아둔 감정이 한 번에 쏟아지는 기분. 이러한 기분이 주변에 전염되지 않게, 누군가를 내 감정의 마루타로 쓰기 싫기에 혼자서 견뎌낸다.
오늘도 짜증 나는 일이 있었고, 오랜만에 온몸으로 짜증이 퍼지는 걸 느꼈다. 분명 그동안 잘 참아왔고, 별 일 아닐 수 있는데 오늘따라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짜증이 터져버렸다. 도화선이 된 일은 회사에서 생긴 일이고, 조직에서 생긴 일은 불가항력이기에 최대한 참아보았다.
혼자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삼킬까 하다가 일단은 맛있는 걸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음식을 하도 많이 먹어서 이제 안 먹으려고 했는데, '정말 마지막이야'라는 공허한 말과 함께 치킨을 시켰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치킨집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엄청나게 건강한 맛의 치킨이었다. 기분이 상하면 몸도 더럽히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덕분에, 기분이 나쁘면 한 입 먹기만 해도 몸이 더러워지는 게 느껴지는 불량한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그런데 건강한 치킨을 먹어버려서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음식으로 해소하는 건 실패.
많이 먹기도 했으니 헬스장에 갔다. 오늘은 비교적 시간이 잘 갔다. 하루 동안 느낀 짜증을 곱씹으면서 운동 기구들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짜증이 땀에 씻겨 나갔다고 믿고 싶지만, 오늘 나의 마음은 삐딱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주변에 묻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내게 맞는 방법을 못 찾은 느낌이다. 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짜증을 안 내고 싶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해소하지 못하면 쌓이고, 주기적으로 터질 텐데, 그때마다 짜증이 나를 삼키는 걸 목격하고 싶지 않다.
내 힘으로 해결 못하는 문제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준다면,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어도 무기력해진다. 글을 쓰는 지금은 날카로워진 상태라 상황을 너무 나쁘게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같았으면 맛있는 저녁도 먹고, 운동도 하고, 나름대로 알찬 하루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래도 감정이 격했던 오후에 비하면 잠들기 전인 지금은 꽤 평온하다고 여겨야 할까. 결국 답은 시간인 걸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뻔한 말을 진리로 삼고 살아야 하나.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을 수소문해봐야겠다.
*커버 이미지 : 뭉크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