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 day 1 scene

중독될까봐 시작하지 않는

쉽게 중독되는 사람

by 김승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한번도 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필 생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작하면 끊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의존하기 좋아하는 내 성격상 주구장창 분 단위로 담배를 필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에, 시작을 안 한다. 옷에 냄새 배는 걸 싫어하고, 타고난 목도 약하다는 이유까지 더해져서 담배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 점성술을 봤을 때 담배 피면 금방 죽을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점을 안 믿는 지금도 그 말은 믿고 있다. 나는 담배 피면 죽을 거다, 라는 말을 예언처럼 따라보며 담배는 삶에 없는 선택지로 둔다.


쉽게 중독된다는 걸 느낀 건 스무살에 한 '풋볼매니저'라는 축구게임이다. 전세계적으로 중독성으로 유명한 게임으로, 내가 직접 축구팀의 감독이 되어서 즐기는 게임이다. 당시의 나는 무엇이든 금방 흥미를 잃었고, 게임에는 특히 재능이 없었다. 그래봐야 얼마나 재밌겟어, 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했고 그 날 처음으로 게임을 하다가 밤을 새보았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게임이 하고 싶지만 참고 있다. 끊은 게 아니라 참는 거다. 이런 나를 보면서 깨닫는다. 중독성이 심한 것들에 쉽게 현혹될 테니, 아예 시작을 하지 말자고.


주변에 콜라 중독자가 많다. 나는 탄산음료를 마시면 딸국질이 난다. 몸이 탄산음료를 안 좋아한다는 증거일까. 콜라에 왜 중독될지 궁금했다. 탄산음료를 잘 못 마시는 내게 콜라는 목에 따갑게 느껴졌기에, 설마 내가 중독될까 싶었다. 그래서 내 몸으로 임상실험을 해보았다. 심심할 때마다 콜라를 마셔보았다. 그렇게 나는 콜라에 중독되었다. 한동안 콜라를 거의 매일 마셔서, 일단은 제로콜라로 바꾸었고, 줄여나가고 있다. 내가 중독에 취약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다. 역시 시작을 말았어야 했다.


제일 크게 중독된 건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지긋지긋하고 상처받아도 사람이 좋다. 게임이나 콜라는 참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피할 수도 없다. 최초의 중독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삶에서 중독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그러나 서술 안 한 것들 중에서 탄수화물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에 중독되었고, 좋은 중독은 거의 없다.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중독되어서 쓰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나면 좋겠으나 그런 일은 없을 듯 하다. 나의 다음 중독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커버 이미지 :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구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최선'이라는 허상이 나를 지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