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 day 1 scene

쓸데없는 장면이란 없어요

영화 속 장면의 쓸모에 대해서

by 김승

영화 '카모메 식당'이 개봉했을 당시에 극장에 갔다. 영화가 끝나고 일어서려는 찰나에 갑자기 감독과의 대화에 대한 안내가 나왔다. 별생각 없이 예매했는데, 알고 보니 GV가 있던 거다. 운 좋게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관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여러 질문이 오가는 가운데 한 관객이 물었다.


"중간에 나오는 어떤 장면은 쓸데없어 보이는데 왜 넣으신 건가요?"


질문을 들은 감독은 침착하게 답했다.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장면을 넣고 싶어서 넣었고요."


질문을 듣자마자 내가 대신 사과를 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무례한 질문이라고 느껴졌다. 내게 영화는 삶과 비슷하다. 만약에 자신의 삶의 어떤 장면에 대해 쓸모를 묻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장면의 쓸모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어떤 평론가가 쓸데없는 장면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일 수 있다. 어떤 장면의 가치를 매기는 건 관객의 취향이지, 영화 이론이나 평론가의 권위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장면의 쓸모를 찾는 건, 평소에 늘 쓸모를 찾는 버릇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이 영화라고 친다면, 쓸데없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오늘 내 하루만 돌아봐도,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은 제일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을 행할 때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장면이 왜 들어갔나 싶을 거다. 굳이 저래야 하나, 싶은 순간들. 삶의 선택들은 개연성 대신 충동으로 이뤄질 때가 훨씬 많다.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장면을 넣고 싶어서 넣었고요."


영화가 되기를 바라며 내 삶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쓸데없는 순간이 있었다고 듣는 이가 말한다면, 감독의 말을 빌려서 답하겠다. 느끼는 게 다를 뿐, 쓸데없는 건 없다고 본다. 그렇게 믿고, 오늘도 개연성도 없이 쓸데없는 짓을 해본다.



*커버 이미지 : 영화 '카모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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