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 속 술자리를 보다가
진짜 술자리에서 저런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나?
홍상수 영화 속 술자리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기에,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묻기도 한다. 혹시 홍상수 영화 봤어? 진짜 저런 술자리가 있었어? 영화라기에는 현실 같은 연출, 그러나 곱씹어 보면 현실에서는 막상 별로 없을 영화 같은 술자리.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은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역시나 술이 등장한다. 지금까지도 그의 영화에는 술이 등장한다. 앞으로도 그의 영화에 술이 등장할 확률이 높을 거다. 그의 영화를 보면 또 궁금해질 거다. 과연 진짜 저런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까. 영화라서 가능한 대화들이겠지만, 실제 같은 연출 때문에 어딘가에서는 이런 술자리가 있을 것만 같다.
가끔 있는 술자리에서, 다른 테이블에서 어떤 대화가 들릴 때 '홍상수 영화 같다'라고 느낄 때도 있다. 홍상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홍상수 작품의 술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여전히 술을 좋아하는 이들을 보면 묻게 된다.
"홍상수 영화 같은 술자리도 있을까?"
홍상수가 누구냐고 묻는 지인부터 어떤 영화를 말하는 거냐고 묻는 지인이 있다. 일상에서 쓰기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홍상수 영화이기에 가능한 대사,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거겠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우연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은 속물적인 모습들. 실제처럼 보이는 영화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고, 홍상수 영화 속 술자리는 성공했다. 영화인 걸 알면서도 묻게 되니까. 홍상수 영화 같은 술자리가 진짜 있지 않을까, 라고.
*커버 이미지 :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