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글이 보여주는 것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쓴지도 이제 몇 달이 되었다.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이가 있다는 알림이 오면 뿌듯하다. 습관적으로 통계 메뉴에 가서 조회수 통계를 본다.
조회수의 숫자가 세 자리나 네 자릿수가 나오는 경우는 글 하나가 반응이 좋았던 경우다. 다음이나 브런치 등에 노출이 되는 경우. 조회수가 몇천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오는 글. 다른 글들의 조회수를 합친 만큼 높은 조회수가 나오는 글. 평소에는 한번 쓴 글은 다시 안 보지만, 유입이 많으면 퇴고라도 해야 하나 싶다. 틀린 맞춤법이 없는지 정도는 다시 확인하게 된다.
오늘의 조회수는 100 정도 된다. 반응이 괜찮은 글이 있나 싶어서 조회수 상세 내역을 살핀다. 거의 모든 글의 조회수가 한 자리 수다. 들여다보니, 작은 조회수들이 모여서 100이라는 숫자를 만든 거다. 조회수가 1이 나온 글도 있고, 9가 나온 글도 있지만 숫자가 두 자릿수를 넘긴 글은 없다. 나도 정확한 내용이 기억 안 나는 예전 글도 포함되어 있다.
글을 정량화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글의 개수는 명확하다. 분량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까지 거의 매일 무엇인가 썼다. 마음에 안 들 때가 훨씬 많지만 일단 발행을 했다. 그런 글들을 읽어주는 독자가 존재한다. 덕분에 글마다 조회수가 차곡차곡 쌓인다. 누군가에게는 티끌처럼 보일 숫자겠지만, 글이 쌓인 만큼 티끌이 금방 태산이 된다.
글을 매일 쓴다고 딱히 실력이라고 부를 만한 게 늘어나는 느낌도 안 난다. 오히려 부족함을 매일 들킬 뿐. 자존감이 안 떨어지겠다 싶을 만큼, 쓸수록 어려움이 더 크다. 이벤트처럼 찾아오는 특정 글의 높은 조회수보다, 적은 조회수를 가진 글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적당한 조회수에 더 마음이 간다. 내 눈에 부족해 보이는 글이 어쨌거나 매일 쌓이고 무엇인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듯한 기분이 드니까.
글이 몇 편 정도 모이면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해있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회수 내역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1씩 쌓아서 백으로, 천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지금보다는 선명한 무엇인가가 보일 거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