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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 day 1 scene

어떻게든 버텨보라고 아이돌은 있는 걸까

아이돌을 보는 기분

by 김승

예전에 아이돌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인터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각자에게 아이돌이 어떤 의미인지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다.


"사는 게 힘들잖아요. 근데 죽지 말라고, 이거라도 보고 버텨, 라는 의미로 아이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정확한 말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적으로 위와 같은 맥락이었다. 힘든 세상에서, 아이돌을 보면 힘이 생기니 그들이라도 보고 버티라고. 아이돌의 존재 이유란 그런 게 아니겠냐고. 누군가에게 희망이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값진 일인가.


기분이 안 좋을 때 기분을 단숨에 바꾸는 건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아무리 시도해봐도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그럴 때 아이돌 덕질은 꽤나 유용하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회피 혹은 유예한 채 아이돌을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건 덕질할 재료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는 거다. 유튜브에서 아이돌에 대한 영상만 찾아봐도 시간이 모자라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퇴근해서 유튜브로 아이돌 덕질만 해도 시간이 잘 간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자료가 부족하다면, 있는 자료를 다시 보면 된다. 공부할 때 복습은 끔찍하게 느껴지지만, 덕질에서 복습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되는 일이다.


표정이 없는 편이다. 내가 어떻게 웃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표정이 없는데, 아이돌을 보면 웃게 된다. 내가 웃을 때 어떤 근육을 쓰는지 실감하게 된다.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짓게 되는 미소가 아닌, 진짜 웃음.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힘들 만큼 주책스러운 표정.


오늘도 힘든 하루였지만 웃었다. 아이돌 덕분이라고 밖에는 설명 불가한 웃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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