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생각
"결혼 생각 있어?"
요즘도 이런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많다.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여전히 결혼은 내게 멀어 보인다.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에 하고 있어도 결혼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비혼주의야?"
딱히 비혼주의는 아니다. 방어 수단으로 말할 때는 있다. 비혼주의라고 하면 상대방도 딱히 결혼에 대해 더 묻지 않을 테니까. 굳이 결혼의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결혼이 하고 싶지도 않다. 결혼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스스로도 안타깝다. 좋은 결혼의 선례를 못 봐서 그런 걸까.
"결혼을 하긴 할 거야?"
결혼을 하려면 도대체 무엇이 필요할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혼에 실패한 이들을 무수히 많이 보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바닥을 보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닥을 보고 헤어진 이들도 있고, 바닥을 보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별 탈 없이 결혼에 성공하고 잘 지내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이들은 말한다. 별생각 없이 해야지 할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크게 뜻을 두면 못 할 거라고.
"결혼 준비하는 거 힘들지 않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주변에 결혼한 이들에게 묻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말해서 결혼할 때 비용은 얼마나 드는 걸까. 욕심에 따라 비용도 다르겠지만, 특별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버리기 쉽지 않을 거다. 내 부모님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할지도 예측불가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앞에서 무기력해질 거다.
해보지 않아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썩 좋은 그림이 그려지진 않는다. 나는 지금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데, 내가 타인과 함께 삶을 꾸리는 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하게 된다.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아예 안 하게 될 거라는, 내가 대면한 많은 점쟁이들의 말도 떠오른다.
나는 과연 나의 자유의지로 결혼을 떠올리게 될까. 없는 걱정도 만들어내는 내가 과연.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걱정하는 게 취미인 사람이라, 아직 내게는 먼 결혼에 대한 걱정을 해본다. 이틀 동안 이혼에 관한 영화를 세 편 정도 본 게 원인이라고 생각해본다. 이혼을 하면 팔 하나가 잘린 것 같은 고통이라는데, 결혼도 전에 이혼을 걱정해본다.
걱정이 많은 내게, 결혼은 무리가 아닐까. 오늘도 결혼에 대한 나의 연관검색어는 부정적인 단어들로 채워진 채 끝난다.
*커버 이미지 : 영화 '결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