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프로그램을 보다가
연애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는 걸 좋아한다. 연애에 별 의미를 안 두고 산지도 꽤 되었는데, 나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연애 프로그램들은 늘 흥미롭다. '하트시그널', '썸바디', '짝', '스트레인저' 등 일반인들이 출연해서 짝을 찾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챙겨봤다. 물론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이들도 제법 많이 등장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하트시그널'일 것 같다. 일단 화면이 예쁘다. 어떤 카메라와 필터로 찍었을까 싶을 만큼, 장면들이 하나 같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출연자들이 머무는 공간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것도 한 몫할 거다. 배경음악도 훌륭하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출연자들과 거리감을 느낀다. 출연자들의 화려한 스펙 때문에 그럴 때도 있지만, 이들의 일상은 퍽퍽하기보다 아름답게 그려진다. 일상에서 설렘은 하루 중 아주 일부일 텐데, 찰나에 해당할 설렘의 순간들을 모아서 보여준다.
최근 '짝'의 제작진이 새로 만든 프로그램 '스트레인저'를 챙겨보고 있다. '짝'과 거의 모든 면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하트시그널'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일단 화면부터 다르다. '하트시그널'이 뽀샤시한 화면 톤을 가진 것과 달리, '스트레인저'는 날 것에 가까운 화면 톤을 가지고 있다. '하트시그널'에 비하면 머무는 기간이 짧은 출연자들은 서로에게 바쁘게 구애하고 빠르게 마음을 정한다. 공들여서 포장할 시간도 없이, 우리의 일상에서 목격할 수 있는 표현들이 보인다. 멋진 모습보다 서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연애는 마냥 아름다울 수 없다. 오히려 서툴고 바보 같은 순간이 더 많다. 연애가 언제나 좋고 예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연애를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고 불안하기에 누군가를 찾고 의지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트시그널'이나 '썸바디'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도 물론 연애 속에 존재하겠지만, 아마 많은 순간은 '짝'이나 '스트레인저' 같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폼 잡고 있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꾸미는 것의 연장선인 연애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연장선인 연애가 좀 더 편하게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방구석에서 연애 프로그램이나 보고 있으니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만 늘어난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순간을 꿈꾼다. 그러니 대리만족으로라도, 예쁘게 꾸며진 연애의 풍경을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현실에서의 연애 대신, 방에서 연애 프로그램을 본다. 갈등도 없고, 아픔도 없이 그저 시청만 하면서.
*커버 이미지 : 에두아르 마네 '라튀유 씨의 레스토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