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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Dec 20. 2020

서로 다른 결의 얼굴을 보다

영화 '콜'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본 영화는 '콜'이 처음이다. 공개일을 기다리기 보다 느긋하게 보는 편인데, '콜'은 공개와 동시에 보았다. 스포일러 당하기 싫어서 얼른 본 게 컸다. 돌아보면 내가 빨리 챙겨본 영화들은 대부분 스포일러의 위험이 있는 작품들이다. 


영화 '콜'을 보면서 '결'에 대해 떠올렸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굴에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가진 결, 그 결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게 담겨있다. 사람들이 흔히 '관상'이라고 부르는 것, 관상을 보아하니 어떤 사람인 것 같다는 판단도 결국 '결'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이 겪은 일들은 어떤 식으로든 얼굴에 묻어나니까.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캐스팅을 할 때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기서의 외모는 예쁘고 아름답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외모를 말하는 거다. 캐릭터에는 나름의 결이 있고, 배우가 만약에 그 결에 맞는 외모를 맡았다면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캐릭터의 전사를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배우의 외모가 가진 결이 캐릭터와 맞다면 얼굴만 봐도 캐릭터의 전사가 느껴지기도 한다.


'콜'은 배우의 힘이 큰 작품이다. 박신혜 배우와 전종서 배우를 보면서 두 사람이 가진 결이 굉장히 다르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영화의 대립구도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과거에 대한 작은 단서만 던져도,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결을 통해 과거를 상상할 수 있었다. 배우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결에다가, 분장부터 의상, 연기 디렉팅까지 더해지면서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박신혜 배우는 따뜻한 기운 가운데 차가움이 보이는 결이었고, 전종서 배우는 차가운 기운 가운데 따뜻함이 보이는 결이라고 느꼈다. 


결은 다르게 말해서 나이테이기도 하다. 얼굴에도, 말투에도, 걸음걸이에도, 몸에도 결이라는 게 존재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내 몸에 새겨진 것. 삶이 묻어나는 것. 배우를 보는 재미란 결을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최대한 캐릭터의 결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를 보는 재미.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일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이고, 어떤 부분은 배우가 본래 가진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일 거다. 메소드 연기가 그래서 더 대단한 것일 거고. 


그런 의미에서 내게 '콜'은 흥미로운 결에 대한 영화다. 삶의 결이 바뀌는 과정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인물들이 대립하는 걸 볼 수 있는 영화니까. 



*커버 이미지 : 영화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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