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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돌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코로나와 집돌이

by 김승

"집돌이인가요?"


몇 해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아니라고 답했을 거다. 집에 있으면 우울해하는 편이었으니까. 시간이 생기면 혼자 있기보다 누군가를 만나기를 선호했다. 한번 외출하면 집에 들어오는 게 아쉬워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보자고 연락을 하기도 했다. 집돌이라는 말은 나와 맞는 말이 아니었다.


"집돌이인가요?"


2020년 12월에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 같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거다. 전국에 이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다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풍경을 보게 될 거다. 당연하게도, 코로나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집에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늘어난 2020년이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던 작년에도 조금씩 생기던 집돌이 성향은 올해 들어서 더 단단해졌다. 물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바뀔지도 모르지만,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 이상 마구 돌아다니는 건 힘들 것 같다. 건강과 관련해서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는 내 성향상, 코로나 속에서 집에만 머무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집을 안 좋아하지만, 집에 머물러야 한다면 적응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집에 좋아질까. 우울할 틈도 없이 영화를 보았다. 극장도 못 가므로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등을 활용해서 영화를 본다. 계속해서 보는 거다. 세상에 볼 영화는 넘쳐나므로, 영화만 봐도 집에서의 시간은 금방 흐른다.


굳이 영화까지 넘어갈 필요도 없다. 유튜브만 해도 시간은 잘 간다. 유튜브로 덕질만 해도 하루가 간다. 영화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이왕이면 집에서 독서, 홈트레이닝 등 생산적으로 보이는 걸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계속 머물러야 하는 집이 싫어질 거다. 우울이 올 틈도 없이 유희만을 쫓는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기니까 집돌이라고 하지만, 나의 태도는 여전히 집돌이와는 거리가 멀다. 피하지 못하니 즐기는 척이라도 할 뿐. 이 기회에 진짜 집돌이가 되는 것도 방법일 거지만, 집돌이의 껍데기를 쓴 채로 속까지 집돌이의 마음으로 채우는 건 쉽지 않다. 코로나가 장기화된 만큼, 집돌이조차도 코로나가 끝나면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코로나가 끝나는 날, 나는 진짜 집돌이가 되어있을까. 부디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확인할 수 있기를.



*커버 이미지 : 에드워드 호퍼 '브루클린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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