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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Dec 12. 2020

다음 외출 때 머리를 자르려다가, 장발이 될 것 같은

코로나,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나는 어떤 부분에 둔한가 생각해보면, 머리도 그중 하나다. 누군가는 조금만 머리가 길어도 자르거나 다듬거나 하지만, 나는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두세 달에 한번 이발을 할 때도 있다. 분명 머리를 감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발하는 건 귀찮게 느껴진다. 


주로 이발을 하는 타이밍은 사람을 만날 일이 있을 때다. 이왕 나가는 김에 이발까지 하자라는 생각으로 지인과의 약속을 앞두고 이발을 한다. 이발 후에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는 머리카락 몇 개가 얼굴에 남아있는 채로 지인을 만나곤 한다. 이발한 티를 예뻐진 머리로 내면 좋겠으나,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으로 낸다.


코로나 이후로 약속의 연기와 취소의 연속이다. 이에 따라 미용실 예약을 조만간 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미루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확진자 확산 속도라면, 아마 당분간은 누군가를 만나기 힘들 거다. 점점 머리가 길어지는 게 느껴진다. 


가장 최근에 미용실에 갔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이발하는 게 신기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의 옆머리도 능숙하게 자르는 헤어 디자이너가 대단해 보였다. 지금 미용을 배우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걸 배우려나. 모든 영역에서 마스크가 기본값이니까.


이렇게 머리를 기르다 보면 장발이 되는 게 아닐까. 20대 초에 머리가 가장 길었는데, 그때도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짧게 잘랐다. 뒷머리가 길어지면 계속 손가락으로 빙빙 감고 돌리는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을 멈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길어진 뒷머리를 잘라내는 거다. 최근에 슬슬 이 습관이 나오려는 게 느껴진다. 뒷머리를 노리는 나의 무의식, 무의식이 움직이는 손가락.


다음 이발은 언제가 될까. 아마 미용실에서는 마지막으로 이발한 게 언제인지 물을 거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게 될 거다. 그렇게 답하면 머리를 보고 대략적으로 짐작을 할 거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머리를 안 자를까, 한탄할 지도. 머리를 자주 안 자르는 사람이니, 미용실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손님일 거다. 단골이 되기에는 너무 가끔 오는 사람.


미용실에 '자주 올 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까.



*커버 이미지 : 오귀스트 르누아르 '머리 빗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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