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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Dec 12. 2020

아버지와 친하다는 판타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친밀한 아버지, 나의 가장 큰 판타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많은 팬을 가진 작품이다. 내게 이 영화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남들 만큼 몰입하지는 못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내게 이 영화가 너무 판타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내가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은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보고 있으면 엘리오의 주변 환경들이 몹시 부러워진다. 특히 엘리오의 부모님은 엘리오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지금 보면 더욱 꿈 같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배경에다가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까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러모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다만 내겐 판타지로서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아버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런 아버지가 있단 말이야? 영화 속 아버지 캐릭터가 너무 판타지로 느껴졌다.


현실에서조차도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는 이들을 보면,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캐릭터를 본 것처럼 바라보게 된다. 내게는 없는 세계이자, 앞으로도 속하기 힘들 세계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가까워지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노력이 소용없는 걸 느끼자 포기와 체념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버지와는 정서적으로 먼 사람으로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 사이좋은 부자 지간을 보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내가 아기였을 때는, 사이가 좋았을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내 기억에는 없다. 아버지는 나의 이름을 따서 XX 아빠로 불릴 때가 많고, 친척들은 나를 보고 점점 아버지와 닮아간다고 말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버지는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기에,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무뚝뚝한 할아버지의 아들이었으니까.



*커버 이미지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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