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 day 1 sce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 Dec 17. 2020

예전 일기장에서 날짜를 확인할 때

예전 일기장 보기

한때는 열심히 일기를 썼다. 주로 손으로 썼다. 그러다가 관두었다. 왜 관두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일기가 쓰고 싶어 진다. 기록하고 싶은 마음. 아이러니하게도, 큰 사건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오히려 일기는 사소한 일들로 가득할 때 써야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지나갈 순간들이니까. 너무 사소해서 얼마 뒤에도 비슷할 것 같지만, 삶은 빠르게도, 아주 많이 바뀐다.


손으로 쓰는 일기를 관두고 시간이 지난 뒤, 워드 파일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이 날아간 적도 있지만, 다행히도 남은 일기 파일이 있다. '2014년 일지'라는 제목으로 남은 파일. 왜 제목이 일기가 아니라 일지일까.


파일을 연다. 제일 처음 일기는 2014년 10월 14일 화요일의 일기다. 당시 나는 군인이었기에, 휴가 가는 날 쓰는 일기다. 오랜만에 일기를 쓴 이유는 휴가라는 사건을 기록하고 싶어서였을 거다. 휴가 나와서도 일기를 쓸 여유가 있었을 만큼, 당시에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나의 휴가는 조용했다. 전역을 앞두고 군생활 내내 찐 살을 빼려고 노력했던 게 기억난다. 결국 살을 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일기는 12월 31일 수요일의 일기다. 제야의 종이 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는 소식이 나온다. 아마 올해에도 그럴 거다. 지금은 졸려서 일기를 찬찬히 살펴보지 못했지만, 내일은 일기를 제대로 살펴봐야겠다. 나의 기억을 어떤 식으로든 머금고 있을 일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결혼하면 우리 같이 쓰는 넷플릭스 아이디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