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 day 1 scen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 Dec 18. 2020

유행이 끝난 뒤에 보는 유행작

유행과 멀리 있는 사람

각종 매체에 언급되고, 사람들이 SNS에 봤다고 인증을 올리고, 패러디와 인용이 활발해지는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은 유행이라고 부를 만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흡입력 있는 드라마라는 이야기와 함께 추천도 자주 받고, 문화예술 관련 웹진들에서도 관련 기사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나는 아마도 '퀸스 갬빗'을 나중에 보게 될 것 같다. 딱히 의식한 건 아닌데, 유행과는 늘 거리가 멀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프라이탁 가방을 다들 가지고 다닐 때쯤에서야 브랜드 이름을 알게 되었고, 다들 입고 다니는 티셔츠의 브랜드가 파타고니아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대만 카스테라는 유행이 끝날 때쯤 먹어보았고, 최근 들어서야 즐겨먹고 있다. 


드라마는 특히 유행을 따라가기 힘들다. 예를 들어서 '스카이캐슬'의 유행어가 대화의 기본값이 된 단톡방에서도 나는 끼어들 수가 없었다. 드라마는 종영하고 몰아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기다리는 감칠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 급한 성격과 용두사미가 아니라는 걸 주변 반응을 통해 검증받아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하는 드라마 속 장면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떤 맥락에서 웃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뒤늦게 유행작을 챙겨볼 때가 있다. 이미 작품이 충분히 일종의 놀이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시절이 다 끝나고 나서야 보는 거다. 그럴 때면 전에 사람들이 지나가며 했던 이야기들이 이해되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뒷북을 칠 수 없어서, 뒤늦게 드라마 클립에 달린 댓글 등을 살펴보기도 한다. 만약에 당시에 챙겨보고 사람들과 교감했으면 어땠을까도 싶다. 끝이 별로인 드라마였어도, 사람들과 드라마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선택이 되었을 텐데. 


다행히도 넷플릭스 드라마는 공개와 동시에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볼 수 있다. 올해에는 내가 사랑하는 감독인 이경미 감독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공개와 동시에 챙겨보았다. 덕분에 '보건교사 안은영'을 본 이들과 재밌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퀸스 갬빗'도 작정하고 이번 주말에 본다면 관련해서 쏟아지는 기사들을 스포일러 걱정 없이 볼 수 있을 거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에게 공감의 말을 건넬 수 있을 거고.


크리스마스가 금요일이다. 금, 토, 일 3일을 쉴 수 있는데, 몰아서 긴 드라마를 보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문득 '스카이캐슬'이 보고 싶어 졌다. 이미 유행이 끝난 지 오래인데, 보고 나서 카톡방의 지난 대화와 유튜브 클립의 댓글들을 보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 뒤늦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는 있을 거다. '뒷북'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뒷북치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어본다. 넷플릭스 '내가 찜한 콘텐츠 목록'에 유행이 지난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커버 이미지 :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매거진의 이전글 예전 일기장에서 날짜를 확인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