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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Dec 23. 2020

두 명의 친구에게 똑같은 우정을 줄 수는 없어

세 명이 모인 집단에서의 우정 불균형

카톡방 목록을 본다. 세 명 이상 모인 카톡방들이 있다. 일대일로 말할 때보다 좀 더 신경 쓰인다. 아무리 신경을 써도, 혹시라도 누군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오히려 이런 노력이 부자연스러워서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실제로나 카톡에서나 일대일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알고 지낸 지 10년 가까이 된 친구 A와 B가 있다. A와 B 모두 같은 시기에 같은 집단에서 만났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다르다. A는 늘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었고, 그 덕에 둘이 따로 만난 적도 많다. 반면 B는 따로 연락을 한 적도 거의 없고, 당연하게도 둘이 따로 만난 적도 거의 없다. B는 A가 연락을 해서 불러야만 볼 수 있는 친구다. A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고, 만남을 주도할 때가 많았다. B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만나자고 하기 전까지는 먼저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B한테도 좀 잘해줘라."


A와 따로 만날 일이 있을 때면, A는 내게 말하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의아했다. 왜 A는 자신이 나서서 우정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는 걸까. 아무리 비슷한 시기에 만나고 공통분모가 있더라도, 사람에게는 각자 맞는 유형이라는 게 존재한다. 내 입장에서는 살갑게 챙겨주는 A한테 더 고마움을 느끼고 하나라고 더 해줄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게 공평과 불공평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안 친한 이들에게 친밀한 척하는 게 힘들어지고, 그럴 기력도 없다.


"나한테 너희 둘은 같지 않아."


B한테 잘해주라는 말을 자주 듣다가 결국에는 A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늘 셋이 보자고 말하지만, 내게 두 사람이 가진 무게감은 다르다고. 셋 사이의 공통분모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A다. A가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가려고 하기에 셋이 이어나갈 수 있던 거다. 나는 지금도 B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만나도 늘 시답잖은 농담만 오갈 뿐, 10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반면 A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부터 든다. 마음을 써가면서 챙겨준 게 느껴지니까.


"바쁘지만 꾸준하게 보자."


여전히 우리 셋은 한 카톡방에 있고, 매년 한두 번이라도 좋으니 자주 보자는 말을 한다. 물론 그런 말을 던지는 역할은 주로 A가 한다. A와 일대일로 말을 하는 카톡방과 셋이 함께 있는 카톡방에서 내가 던진 말들의 톤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아마 앞으로도 우리는 셋이 보게 될 거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의미는 다르게 쌓일 거다. 우정도 결국 마음이다. 우정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지는 않다. 우정에 대한 크고 작은 마음도 결국 상대에게 느껴지지 않을까. 내가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줘야 할 학생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도 아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다. 


'마음'과 '공평'이라는 단어는 같이 갈 수가 없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커버 이미지 : 벤 샨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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