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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an 07. 2021

내 얼굴 사진은 찍지 않아

나는 내가 어색하므로

나는 어색하다. 나의 얼굴이. 거울을 잘 안 본다. 그러나 거울을 안 보고 살 수는 없다.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면서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면 못난 부분들이 많이도 보인다. 자존감을 충만하게 채우겠다는 모범답안을 실천하려면 갈 길이 먼다. 그러므로 거울과 멀리 하기로 한다. 


특히나 어색한 건, 사진으로 나의 얼굴을 볼 때다. 사진을 찍히는 건 늘 곤욕이다. 지인들과 모여서 사진이라도 찍자고 하면, 찍지는 하지만 민망하다. '카메라 마사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카메라에 어떻게 나오는지 익히면서 카메라에 얼굴이 잘 나온다는 거라는데,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바라본다는 게 내게는 대단하게 느껴진다. 


당연하게도 셀카도 찍지 않는다. 능숙하게 셀카를 찍는 이들을 보면 신기한 풍경을 보듯 바라본다. 많이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건 셀카를 찍는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내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잔뜩 보고 그중 괜찮은 걸 골라내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저장된 사진을 보다 보면, 타인이 찍어주었거나 여러 명이 함께 찍은 사진 속 내가 보인다. 나를 마주하는 게 어색하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건 더욱 어색하다. 내 얼굴은 찍히는 대로 자동으로 모자이크나 스티커로 가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그런 경지까지 가기를 바란다.


다만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기억하려고 해도, 사진보다 선명하게 과거의 어떤 순간을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기 위해서 사진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내 주변을 찍은 사진들이나 일기장 속 나는 꽤 많이 누적되었지만, 내 모습은 정작 사진으로 거의 남지 않았다. 


몇 년 전에는 사진 찍는 지인에게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지인 입장에서는 한없이 어색한 나를 찍느라 힘들었을 거다. 얼굴이 아니라 손이나 발만 클로즈업해서 찍어도 어색함이 묻어났다. 지금이라도 다를 건 없을 거다. 나는 내가 찍히고 있는 그 광경 자체가 낯간지럽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록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기에, 사진은 많이 남길 수록 좋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


나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겉도 속도 계속해서 변할 거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기록만큼 좋은 게 없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내 모습을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렇게 살다 보면 영정사진조차도 어색한 표정으로 찍힐 것 같다. 영정사진 속에서 너무 능숙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그것도 이상하려나. 


10년 전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오히려 부모님이 사진을 찍어준 미취학 아동 시절이라, 억지로라도 사진 찍을 일이 많았던 학생 시절에는 사진이 조금 남아있다. 몇 년 뒤, 지금의 나는 몇 장의 사진도 안 남아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2020년에는 집에만 있으니 내 모습이 나온 사진이 10장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앞에서 느끼는 어색함과 내 모습을 추억하고 싶은 욕심의 대결은 늘 박빙이지만, 마음은 늘 후자를 응원한다. 어색함이 극복되지 않더라도, 어색함이 담긴 사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어보자. 글만 이렇게 써두고 실천을 안 하면 어쩌지. 그래도 글이라도 써두면 실천의 확률도 올라갈 거다. 2021년, 나의 모습을 남겨보자. 글뿐만 아니라 사진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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