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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an 13. 2021

나쁜 사람의 모진 말에 갇히지 말자

아픈 말은 왜 오래가는가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야."


19년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당시에는 굉장히 의지하던 사람이었고, 돌아보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볼 때마다 꾸준하게 위와 같이 말했다.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당시에는 그 말이 진짜 같았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두려웠다. 


시간이 지나고 당시 내 상황에 대해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고, 나에게 일어난 일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도 두려운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어디선가 등장해서 해코지라도 할 것만 같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림자처럼 그 사람의 언어가 마음 안을 돌아다닌다. 


마음을 맴도는 이 말에서 벗어날 방법은 하나다. 그 말이 틀리다는 걸 증명하는 것. 그래서 무엇이든 해보려고 노력한다.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그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했던 무수한 것들을 결국 해내는 것. 


애석하게도 이런 류의 말이 마음 안에는 제법 여러 조각이 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던진 말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들은 말도 있고, 친척에게 들은 말도 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글과 비슷한 글은 못 써요. 자기가 싫어하는 글과 비슷한 글을 쓰지."


작년 초에 마음먹고 들었던 소설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다. 소설가였던 강사에게 위와 같은 말을 들은 이후로는 글을 쓸 때마다 자꾸 저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런 글을 쓸 수 없는 것일까. 벗어나려고 할수록 그 말을 더 의식하게 된다. 


나는 늘 어떤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긍정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안 좋은 영향력들이다.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살아간다. 사람들이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길 꿈꾸는 건, 부정적인 영향력이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떠서나 나를 규정하는 모진 말들이 떠오른다. 그 말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 말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일단 대면해야 하고 그 과정은 꽤나 아프다. 앞으로도 많은 모진 말을 들을 거고, 운이 좋다면 꽤나 덤덤해질 수도 있을 거다. 올해에는 내 안을 돌아다니는 모진 말을 몸에서 빼내고 싶다. 빼낼 때 홀가분할지 허무할지 알 수 없겠지만, 수시로 떠올리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비우자. 좋은 것으로 채우려면 비워야 하니까, 일단 비우자. 모진 것들이 빠진 자리에 다시 더 모진 것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모진 것을 빼내는 것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커버 이미지 : 에드바르트 뭉크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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