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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an 16. 2021

회전문처럼 말은 돌고 돌아

영화 <생활의 발견>

영화 '생활의 발견'의 영어 제목은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영어 제목이 와 닿았다. 영화 속에 회전문과 관련된 설화가 등장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생활의 발견'은 언어가 회전문처럼 돌고 도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배우인 경수는 선배에게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말을 듣고 나서 그 말을 자신의 말처럼 다른 이에게 써먹는다. 말은 돌고 돈다.


말에 주인이 있는가. 저작권이 있는 세계에서의 언어라면 모르겠지만, 일상의 언어는 주인이 있다고 말하기 애매하다. 내가 A 집단에서 듣게 된 흥미로운 농담을 B 집단에 가서 한다고 해서 저작권이나 출처로 난리 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수익도 발생하지 않는, 어디까지나 일상의 영역이니까. 


어떤 단어나 문장을 말하다 보면, 오래 써와서 내가 처음부터 쓰던 말 같지만 사실은 타인으로부터 들었던 경우가 많다. 처음 말을 배우는 순간도 결국 타인에 의해서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생활의 발견'을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말을 적절하게 써먹어야겠다는 거였다. 이런 생각을 대부분 하는 덕분인지, 이미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말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던 적이 있다.


어떤 말의 원작자를 찾기에는, 말은 이미 너무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사용되어왔다. 어원에 대한 사전이 존재하지만, 어원이 정의되기 전에도 말은 떠돌고 있지 않았을까. 


사는 동안 원치 않아도 많은 말을 자동 저장한다. 돌고 도는 말속에서 내가 제일 자주 쓰는 말과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인가. 말이 나를 움직이는지 내가 말을 능숙하게 다루는지 모르겠지만, 말은 계속해서 돌고 돈다.



*커버 이미지 : 영화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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