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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Jan 28. 2021

제이미 폭스 흉내내기

제이미 폭스의 영화를 연달아 보고

배우 제이미 폭스는 다재다능하다. 코미디쇼로 출발한 제이미 폭스이지만,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주로 카리스마 있거나 악역인 경우가 많았다.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은 연기를 잘할 수밖에 없다고 늘 생각하는데, 제이미 폭스는 05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레이'로 남우주연상, '콜래트럴'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다. 결국 '레이'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다. 게다가 그는 음악 작업도 꾸준히 하는 뮤지션이다. 칸예 웨스트 앨범에 피처링으로 이름 올린 제이미 폭스의 이름을 보고 설마 이 제이미 폭스가 내가 아는 그 제이미 폭스인가 싶기도 했다. 그의 앨범 속 'heaven'과 영화 '드림걸즈' ost인 'when i first saw you'는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을 말할 때 그의 이름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최근에 연달아 본 영화에 그가 나와서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고, 넷플릭스에서 곧 만료된다고 해서 급하게 본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의 주인공도 제이미 폭스다.


영화 '소울'은 삶에서 별 거 아닌 것 같은 순간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화려해 보이는 꿈이 아니라 맛있는 걸 먹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그런 일상적인 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해서. 생산성과 타인의 관심에 휘둘려 사는 나로서는 '소울'을 보면서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눈에 휴지를 꽂아놓고 보면서도, '삶의 모든 순간은 가치가 있어'라는 메시지보다 '나는 언제 이런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나 하는 걸 보니 나는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확실한 건 삶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삶은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있는 듯 보여도, 늘 꾸역꾸역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까. 언젠가 죽는다는 건, 결국 늘 전진 중이라는 가장 큰 증거 아닐까. 


'소울'을 보고 며칠 뒤에 본 '콜래트럴'에서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도 만만치 않다. 제이미 폭스는 LA의 택시 운전사인데, 리무진 사업을 하는 미래를 꿈꾼다. 택시는 임시직일 뿐이라고 하지만, 완벽한 사업을 꿈꾸느라 그는 12년째 택시 운전 중이다. 사실상 꿈과 마주하지 못하고 유예 중인 제이미 폭스는 운 나쁘게도 택시 손님으로 킬러를 받게 된다. 킬러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제이미 폭스에게 설교에 가까운 말을 던지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건, 이미 늦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완벽의 기준은 시간에 따라 점점 높아질 뿐이니까. '완벽한 준비'는 합리화하기 좋은 핑계라, 시작을 미룰 때 자주 써먹기도 한다. 나조차도 자주 쓰는 말이니까.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하니까. 제이미 폭스의 뒤에 타 있는 톰 크루즈는 준비고 나발이고 일단 달려들고 본다. 물론 극단적인 것보다는 중간이 제일 좋겠지만, 제이미 폭스는 그런 톰 크루즈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제이미 폭스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건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겠지만, 오히려 '소울'과 '콜래트럴'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마음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가진 삶의 태도들이 내게서도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장고'의 캐릭터처럼 용감하게 총을 뽑을 자신이 없다. 다만 '소울'과 '콜래트럴'에 나오는 캐릭터가 내게 준 울림은 '장고'에 등장하는 그 어떤 총성보다도 크게 느껴진다. 삶에서 지향해야 할 것과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겠지만, 흉내 내 보기로 한다. 제이미 폭스의 필모그래피보다 화려하진 못해도, 각자의 삶은 나름대로 성실한 기록과 함께 진행된다. 멋진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게 아닌, 좀 더 나은 삶의 태도를 흉내 내 보기로 한다. 마치 제이미 폭스의 캐릭터들처럼.



*커버 이미지 : 영화 '콜래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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