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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Feb 01. 2021

비공개로 글을 쓸 시간입니다

몰래 글쓰기

2월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를 수 있을까. 이런 추세라면 2021년도 금방 사라질 것만 같다. 사라지는 걸 붙잡을 수는 없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요즘은 회사에서조차도 굳이 퇴근 시간을 기다려도 되지 않을 만큼, 어떤 상황에서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걸 느낀다. 시간에 휩쓸려 산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다. 책을 출간하는 데 있어서 브런치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런치는 공개된 공간이고, 조회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누군가 읽어주는 이가 있다는 게 좋았다. 혼자서 쓰다 보면 나태해지기 마련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만 솔직한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이고, 책에 나온 솔직한 원고들은 대부분 혼자 쓴 글들이다. 누군가 볼 거라는 기대는 좋은 동기부여인 동시에 검열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브런치에 쓴 글들은 썩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그렇다고 신나서 쓴 글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어차피 글은 매일 쓸 거다. 타협 불가의 지점이다. 짧게라도 매일 쓰는 것. 다만 앞으로는 가끔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겠지만, 혼자 비공개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글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에세이가 아닌 다른 형식의 글도 써보고 싶다는 갈증이 느껴진다.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가끔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겠지만, 이런 생각이 든 김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뱉어내는 날 것의 글을 쓸 시간이 왔다. 쓰면서 결과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기획하고 엮을 지에 대한 생각 대신, 그동안 공개된 공간에 쓰지 못했던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속에서 끄집어내고, 형태를 잡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테니까. 


거창한 계획보다는 작고 빠른 실천이 답이다. 내일부터는 브런치 서랍에 임시 저장할, 누군가 볼 것을 염두하고 쓰는 글 대신 아무도 안 봐도 되니 자신에겐 솔직한 글을 써야겠다. 누린내가 진동해서, 냄새가 빠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만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런 갈증을 느낀 것 자체가 지금 쓰는 방식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솔직하지 않은 글은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썩 재밌지 않은 것 같다. 솔직한 글을 잔뜩 쓰고 자랑하고 싶다. 그러므로 일단은 써보자.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비공개로 글을 쓸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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