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알립니다
<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
책을 출간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라는 제목입니다.
이 단순한 한 마디를 적어 여러분께 전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264페이지의 책 속에는 저의 30년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1989년 태어나 2019년 현재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했고 평범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하나의 분류에 속절없이 묶이고 말더군요. 말씀드리지 않으면 아실 길이 없으니 알려드리자면, 저는 여성입니다.
여성인 것은 썩 유쾌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긍심 드높은 삶이기는 합니다만 여러모로 숱한 고충 속에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긴 이야기는 책 속에 적었으니 그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기회와 여유와 마음이 함께인 순간에 한 번쯤 읽어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이 공간, 이 순간을 빌려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간단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폭력이 싫습니다. 저는 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싫습니다. 저를 얕잡아 보는 사람이 싫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역시 싫습니다. 저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싫은 것은 당연한 데다, 저를 조롱하거나 희롱하거나 유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싫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손쉽게 일어날 때 구역질이 납니다.
그러나 가장 싫은 것은 그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한없이 위축되었던, 살아남고 싶고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어서 기계처럼 웃어 보이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끝내고 싶어서 저는 글을 썼습니다.
쓰면서 가끔 묻고 싶었습니다.
"과연 이 모든 혐오와 폭력과 여성의 삶을 옥죄는 굴레들에 끝이 있기는 할까요?"
누군가의 등 뒤에 숨어 그저 힘없이 묻고만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거든요. 나선다는 것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찌나 진이 빠지는 일이던지 쓰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니 (책은 2019년 7월 25일 자로 출간되었습니다) 대체로 기쁜 것도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최초의 독자들로부터 책을 읽는 동안 느낀 마음들을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무뎌진 촉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고 전해왔으며 누군가는 아주 오랜만에 살아 숨 쉬는 기분이라는 말을 전하러 숨 가쁘게 뛰어와주었고 또 누군가는 (옛말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데) 여성의 삶이란 쓴 것을 뱉지 못하는 삶인 것을 깨닫고 만다는 절절한 한 마디를 남겨주었습니다.
내내 힘들고 부대꼈지만 쓰기를 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에 한 편씩 다시 읽어보았는데, 어느 구절엔가 제가 이렇게 썼더군요. (이를 테면) 세상의 좋은 것 중 '절반'을 여성이 가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요. 나는 서문에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양껏 욕심내며 살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쩐지 아찔했습니다.
가지지 못할 것이 없고 쟁취하지 못할 것이 없고 성취하지 못할 것도 없으며 온 세상을 다 욕망하는 일에 거침없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거죠. 저는 아주 얌전하고 조신하게 '절반'만 요구하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절반 이상을 탐내서는 안 된다고 저의 무의식이 저를 잡아채 주저앉힌 듯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저의 이 소박한 한계선을 만든 것은 과연 저일까요. 이 세상일까요.
책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저보다 더 날카로운 눈으로 저의 한계를 찾아주세요. 그리고 크게, 온 세상이 요동치고 파도치도록, 그래서 제게 닿을 수 있도록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더 자유롭고 싶습니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꼭 우리 모두 나도 모르게 겹겹이 껴입은 그 한계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기를, 끝끝내 자유로워지기를 열렬히 빌겠습니다.
서툰 단어들로 두서없는 진심을 담아
첫 책의 출간을 알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 진초록 드림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208571
https://brunch.co.kr/@syoooons/104
https://www.aladin.co.kr/m/mFSEvent.aspx?EventId=194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