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초원의 미친 말이 되기까지
나는 롤러코스터를 싫어한다. 높이 올라갔다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 내 간이고 심장이고 모든 것이 한 번에 덜컹이는 그 느낌. 그건 나에게 있어서 돈을 내고 고문을 받는 것과도 같다. 지난 연말과 2025년 4월까지. 약 5개월 정도 나는 안전바에 손이 묶인 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로 넘쳐났다. 내 안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수시로 낙하했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받는 내가 있었다. 강제 이용권을 가지고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좌석에 항상 묶여있었다.
그 놀이동산에 입장했던 게 작년 가을쯤이었을까. 그 계절, 난 집중하는 게 힘들었다. 글쓰기 수업에 열심이던 그때, 어느 순간부터 전혀 열심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불편한 이 느낌, 먼 기억 속에서 그 느낌이 무엇인지 찾아냈다. 면접 보러 가서 대기하고 있을 때 그 긴장감. 집에서 왜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가. 집순이에게 집이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기피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이상해진 내 상태에 대해 해결 방법으로 떠오른 건 하나였다. ‘병원 가야지’ 또 우울증이 재발한 건 아닐까? 아니, 의문문도 아니었다. 90%의 확신을 가지고 병원부터 예약을 했다. 난 이미 2018년도부터 4,5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다. 그때만큼 심각하게 힘든 건 아니었어도,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일은 계속하되 글은 쓰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향했다. 내 확신 같은 예상은 정확했고 25년 6월, 아직도 병원에 다닌다. 하지만 일찍 병원에 간 덕에 안전바에 내 손을 묶어두던 줄이 헐거워졌다. 가끔은 지상에 두 발을 딛고 있을 수 있으니 그나마 살만하다.
그 놀이공원에, 그 싫어하는 롤러코스터에 계속 있던 날들은 겨울이었다. 하강을 하고 또 하고, 바닷속으로 갔다. 속에서 속으로 심해까지. 마침 하던 일의 계약기간도 끝나서 나만의 세계로 침잠하는 날이 한없이 길어졌다. 나도 잘 모르는 어딘가에 빠져서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일하던 곳의 관리자에게 연락을 받아 또 다른 일을 소개받은 것이다.
그때는 단지 ‘타인이 나를 살렸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 타인과 연결된 내가 있었다는 것. 세상도 놀이공원도 혼자 돌아가지 못한다. 내가 싫어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으면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가 벗어날 수 있게 밧줄을 던져주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밧줄과도 같은 도움과 출근이라는 강제성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강제성이 강하게 작용한 걸까. 3월에 난 미친 듯이 달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가라앉던 내가 묶여있던 줄을 끊고 나왔다.
난 야생의 미친 말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달렸다.
미친 말의 시선 끝에는 월급이 있다. 일을 늘리고 또 늘렸다. 소개받은 일 말고도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잡았다. 다른 잡생각을 할 시간이 없게끔. 몸은 힘들어도 남는 게 있지 않은가. 집에만 있어도 난 힘들었다.
돈이라도 남아야 기분이 평온해질 것 같았다. 내 우울증에 원인이 100% 돈은 아닐 테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나의 겨울에는 온갖 폭탄이 존재했었다. 나를 향해, 또 우리 집을 향한 크고 작은 폭탄들. 그 폭탄을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난 잠겨있던 곳에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뭐라도 보이는 곳으로.
그곳이 봄이었던 걸까. 지금의 나는 겨울에서 얼추 벗어난 상태다. 미친 듯이 달렸던 3월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좋았던 경험이 많다. 언젠가 하나하나 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들이. 달리면서도 주변 풍경들을 내가 보고 기억했다는 거겠지. 내가 나를 혹사시킨 걸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성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처음 하는 일들도 해본 3월. 4월까지는 힘들지만 완주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7월에는 나에게 조금만 여유를 주고자 한다. 미친 말이 달리던 곳도 내가 싫어하는 놀이동산도 다 나의 세계다. 나는 언제 다시 놀이공원으로 강제 복귀하게 될지 모른다. 롤러코스터를 피할 수 없을 때가 있겠지만, 피할 수 있을 때 쉬기도 하고, 즐거운 경험들을 더 해둬야겠지. 그래야 진정한 봄을 내가 맞이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7월에도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 피로도 쌓이고 힘든 투잡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요.
물론 고민이 많습니다!
조금 덜 힘든 투잡인생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일을 벌이기도 하는,
정신도 없고 정리도 안 되는 날들이긴 한데........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죠! 정리가 되게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어내고있습니다.
우울증도, 정신없는 이 현실도 버티다 보면 괜찮아지는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의 30대는 이런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