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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그것

더럽게 어렵고 오지게 사랑하는 그것

by 서이은

우리는 모두 창작을 하며 살고 있다. 창작이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창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의 인생이 예술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내 인생도 빛나는 예술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비슷하게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라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 인생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창작’이 존재한다. 과거의 나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였고, 그림을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싶어 하는 청소년이었다. 성인이 된 후에 수공예에 빠져 페이퍼 플라워, 비즈공예, 위빙, 코바늘, 대바늘 등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했었다. 그건 한때 나의 본업이기도 했고, 나의 길을 찾기 위한 방황이기도 했다. 즉, 내 인생에서 ‘창작’이라는 단어를 빼면 나를 설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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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창작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내 손재주에 기대어 창작을 좋아했었다.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따라 하는 게 쉬웠다. 물론 그중에도 나와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지만 크게 아쉽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결과물이 괜찮았고 뿌듯했다. 과정도 즐겁고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으니 좋아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겠지. 창작은 친구보다도 더 친구 같고 사랑하는 존재였다.



그 친구는 20대 중반까지 존재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라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나에게서 떠나갔다.


내가 좋아하던 창작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방법을 따라 해서 결과물을 만든 거였다. 거기에 내 취향 한 스푼, 변형 두 스푼.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고 그 한계를 뚫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취미로 끝내기엔 약간 높고, 본업으로 하기에는 모자란 열정이었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나는 창작을 좋아하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싫어진 건 아니었다. 난 더 자유롭게, 한계 없이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게 가능한 창작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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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제대로 된 창작은 무엇일까. 내 주관, 취향, 고집을 담은 창작을 하고 싶었다. 그런 창작을 하려고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그 글쓰기는 매번 즐겁던 어린 시절의 창작과는 많이 달랐다.

답답하기도 괴롭기도 한 글쓰기.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얼추 표현해 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 그 찰나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계속 나를 유혹한다. 글쓰기는 나에게 더럽게 어렵고 오지게 매력적이다.



그동안 해온 창작 중에 글쓰기만큼 나를 드러내는 창작은 없었다. 어쩌면 난 나를 드러내면서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창작욕구에는 분명히 인정욕구도 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된다다. ‘난 이때 이랬구나, 지금이라면 안 그럴 텐데’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걸 멈추고, 내가 나를 긍정하고 인정하게 됐다. 나를 내 안에 가두고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는 게 속이 곪지 않는 일이었다. 글을 쓰는 건 자가치유의 영역이기도 한 걸까.



내 인생은 작품은커녕 그저 한없이 어두운 구덩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저 평지만이라도 돼라. 제발 평지만이라도.’라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었다. 그 구덩이를 판 건 실패를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인생 종말처럼 생각한 내 나약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곳을 올라와 땅을 다지고 있다. 내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조금 쌓아 올리다 상처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모양으로 남지 않을까? 때로는 실수가 창작품에 포인트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제는 내가 또 삐끗할지라도 인생이 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의 나는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글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미래를 생각하면 두근거린다. 긴장과 설렘이 합쳐진 이 느낌. 나의 앞길이 어떠한 모양일 거라고 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라는 건 있다.


나는 글을 쓰듯 내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다. 또 인생과도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나의 모든 걸 녹여내며 만드는 그런 길을 걷고 싶다. 그 준비가 이제는 된 것 같다. 오랜 기간 땅을 다지고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이제야 된 것 같다.






-한 우물만 파는건 힘들어도 깊은 숲의 소유자, 서 이은 씀.


너무 오래간만이네요 �

투잡 쓰리잡의 여파로 정신없던 날을 보내고....!

제가 있고싶은 곳으로 일단 왔습니다.


역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게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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