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말고 드라마
나에게 ‘중독’은 무엇일까.
술, 담배, 마약 중독이 아닌 그냥 나에게 맞춰진 중독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해봤다. 중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생소하지 않다. 익숙하고 그냥 받아들여진다고 해야 할까? 나라는 사람과 ‘중독’이라는 단어가 영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왜 나는 ‘중독’이라는 단어가 ‘나’ 같은 걸까.
그건 아마 나에게 ‘중독=과몰입’이라고 여겨져서 일 듯하다.
술도 담배도 안 하는 내가 뭐에 중독되겠는가.
난 내가 과몰입할 수 있는 것에 중독된다.
과몰입은 나의 특기다.
내가 과몰입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개 있겠지만 ‘드라마’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유독 드라마를 좋아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드라마는 사극 ‘여인천하’였다. 엄마와 나는 매주 여인천하를 챙겨보던 열혈 시청자였다.
그러던 도중, 다른 채널에서 욘사마를 탄생시킨 ‘겨울연가’가 방영되기 시작했다.(젊은이들은 모를 수 있다.) 엄마는 겨울연가로 넘어가셨지만 재방송으로만 보실 수 있었다. 본방사수의 승리자는 나였다. 난 보고 싶은 드라마를 꼭 봐야 하는 어린이였다. 그때부터 슬슬 조짐이 있었나 보다. 나의 드라마 중독 증상이.
‘여인천하’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또 다른 드라마가 있다. 바로 ‘선덕여왕’이다. 이 드라마에 정말 미친 듯이 빠져있었다. 방영 기간 내내 난 온전한 내가 아니었다. 20% 정도가 본래의 나였고 80%는 선덕여왕에 미쳐있는 방구석 폐인, 오타쿠라고 봐야 했다.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방영일, 방영 시간만 즐기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는 인터넷이 있고 같이 미쳐있는 동지들이 있다.
드라마 스태프들이 sns로 즐기기 좋은 떡밥들을 던져주기도 한다. 진짜와 가짜가 난무하는 스포 역시 재미의 한 요소다. 텍스트 예고, 긴 영상 예고가 뜨는 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서로 공유를 하며 방영일을 기다린다. 이 얼마나 미쳐있기 좋은 환경인가. 드라마가 주는 도파민에 절여져서 제대로 중독되어 있는 내가 있었다.
‘여인천하’와 ‘선덕여왕’을 난 왜 그리 좋아했을까. 재미있다는 감정은 당연한 것이고, 캐릭터를 많이 좋아했었다. 여인천하에서는 정난정을, 선덕여왕에서는 미실을 제일 좋아했었다. 둘 다 착한 역할이 아니다. 그럼에도 몰입했으며 상대역에게 밀리지 않았으면 했다. 이게 드라마의 묘미인 것 같다.
현실의 나는 돈도, 힘도 없는 약자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특히 사극이라면 더더욱. 미실이 우리나라의 지도자였다면 난 죽어라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실은 드라마 속 인물이고, 난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강한 악역을 부러워하는 내가 있다. 현실의 나는 강하지도 못하고 악하게 행동하지도 못하니까.
드라마를 보며, 현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사람을 좋아해 보기도 하고 누가 봐도 착한 사람을 싫어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드라마 덕분에 생소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사극이라고 해서 드라마 내용을 실제 역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짜는 어땠을까 하고 드라마와 다른 사실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점만 얻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난 미쳐있던 사람이지 않나.
중독은 괴로운 것이다.
드라마에 깊게 빠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고, 드라마 전개에 스트레스받아 식욕이 떨어지기도 하는 드라마 폐인 말기였다.
지금도 난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에 중독된 인생을 사는 건 원치 않는다. 나를 망치는 중독은 최대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곳에서 한 발자국만 뒤로 가보자. 단절보다는 좋은 점만 골라서 즐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과몰입에서 ‘과’라는 한 글자만 빼보자. 몰입은 하되 과할 필요는 없다. 몰입해서 시청하다가 괴로워질 때 거기서 빠져나오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나를 바라며, 한마디 하겠다.
“요즘은 볼 드라마가 없어요. 누가 추천 좀”
여러분, 요 몇년간 드라마가 제작되는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거.. 알고계신가요??
배우들 출연료 제작비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문제로
수 자체가 확 줄었다고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요새 빠져서 보는 드라마가 극히 적어졌어요. ㅠㅠ
그래도 최근에 관심가는건 고현정님이 나오는 '사마귀'
연기잘하는 배우를 보는건 참 즐겁습니다.
'사마귀'를 보는데 고현정님의 드라마를 본게 없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진짜 선덕여왕 너무너무 추천합니다.
사극이라고 피하지마셔용....
진짜 미실은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