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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록원 Apr 24. 2019

산책냥이에게 목줄은 필수

<고양이 여행 리포트>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딱 봐도 감성적인 포스터에 고양이와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일본 영화. 리뷰를 적기 전 고백하자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들어갔다. 아, 딱 전형적이고 정말 잔잔한 그런 감성의 영화겠구나. 전형적인 '일본감성 잔잔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갔기에 개인적으로 영화의 전형적인-단순한 전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영화에는 새로운 복병이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극 중 고양이 주인공인 '나나'가 대사를 시작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일본 콘텐츠 특유의 만화적인 감성이 가미된 영화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 익숙한 필자이기에 큰 감점요소는 아니었지만, <리틀 포레스트> 같은 세상 잔잔한 감성을 예상했던 나에게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안겨주었다.


스토리 라인 역시 생각보다 극적이다. 암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 '사토루'가 자신의 사랑하는 반려 고양이 '나나'를 맡길만한 사람을 찾아 여행을 한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라는 이름 때문에 고양이와의 여행 과정 자체가 강조될 것 같지만, 영화는 고양이와의 여행보다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 사람들과 연결된 사토루의 과거 회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꿉친구를 만났을 때는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었던 어린 시절과 나나와 똑 닮은 '하치'를 만났던 기억을 회상하고, 첫사랑을 만났을 때는 학창 시절 첫사랑의 추억을 회상한다.


나나 집사 후보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의 불화가 있는 소꿉친구에게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라 하고, 사토루의 첫사랑과 결혼한 동창 친구는 (셋이서 친했다.) 사토루를 반가워함과 동시에 불안해하는데 그건 과거일 뿐이라며 우회적으로 안심시키기도 한다.  


어린 사토루와 하치


한마디로 영화는 고양이 영화라기보단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토루의 인생 돌아보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영화를 보며 꽤 울었다. 일단 주인공이 죽을병을 앓고 있다는 설정부터가 이건 눈물 노린 거다라는 감이 온다. 주인과 고양이의 유대 관계 또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던 고양이 나나의 언어능력이 익숙해지니, 나나의 연기(?)에도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영화가 참 한결같이 묘하게 공감이 안된다는 것이다.


대체 왜 그런가 이유를 고민해봤는데, 일단 영화에서 보여주는 추억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공감이 안된다. 소꿉친구와의 일화에선 부모님의 교통사고로 고아가 되었다는 비련의 주인공 스토리도 식상했고, 성역할이 한국보다도 뚜렷하게 나뉘어있는 일본의 가부장적인 가정의 과장된 분위기도 (사토루네 집안은 화목한 편, 사토루 말고 소꿉친구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캐릭터 강조) 요즘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엔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첫사랑을 만났다 해도, 이미 펜션을 운영하며 알콩달콩 결혼생활을 하는 첫사랑에게 미련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사토루를 굳-이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것도 아련하고 사연 있어 보이게)


스토리 말고도 사토루와 나나가 그들의 상황에 대해 말하는 조언도 너무나 당연한 소리들이라, 딱히 힐링... 공감.... 이렇다기보단 으..응... 이런 느낌이 든다.


문제의 삼각관계


마지막으로 공감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연기였다. 이상하게도 영화 내내 얼굴 클로즈업 샷이 엄-청 많이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 사토루의 클로즈업샷.


문제는 클로즈업 씬마다 사토루의 표정이 다 똑같다. 하나같이 눈웃음을 맑게 짓고 있는 세상 착하고 순수하고 잔잔하지만 어딘가 사연이 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인데 그뿐이다. 정말 그뿐이다. 베이스 표정은 같은 상태에서 웃거나, 덜 웃거나, 울거나, 아프거나의 차이이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담긴 섬세한 표정연기가 안되는데도 영화는 뚝심 있게 클로즈업 샷을 많이 보여준다.


한결같은 사토루의 미소..


묘한 영화였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서 울기까지 했는데, 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의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고양이와 산책을 할 거면 목줄은 채우자"일까.


유채꽃밭에서도 나나를 잃어버릴뻔했는데, 결국 사토루가 입원하자 나나는 길 생활을 시작한다.(!) 그걸 나나의 입을 빌려 조금은 팍팍하지만 사토루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고양이의 삶이라 얘기한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영화의 끝에 고양이가 등장한 모든 장면은 동물 전문가와 함께 진행되었다는 친절한 부연설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문제의 꽃밭과 한결같은 사토루의 미소 콜라보



글쎄, 고양이 최고를 외치는 이 세상 모든 고양이 러버들의 영화라기엔, 사실 영화는 사토루의 이야기이고 (고양이가 개입한), 잔잔한 힐링을 바라기엔 스토리와 설정이 너무 드라마틱하다. 그렇다고 아예 일본 특유의 과장된 분위기(만화적 감성)를 즐기기엔 따분하다.


그럼에도 영화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면 기대만땅의 자세보다는 제로의 상태(기대감이 마이너스도 아니고 플러스도 아닌 0인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가길 추천한다.


어도-러블 나나



평점

★★★☆☆


한줄평

"고양이로 유혹한 사토루의 다사다난 인생사"




writer 이맑음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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