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록원 Feb 14. 2022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2번째 월요일의 글쓰기

my way 가수, frank sinatra


마이웨이란 곡을 아는가. 듣기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를 내뱉는 이 곡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어느 남자가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별생각 없이 옛날 노래인데 노래 좋다!라고 생각했었고, 그 후 우연찮게 가사를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내 꿈 중 하나는 이 노래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었다.


이제 정말 지난 인생보다 남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의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나의 길을 걸었노라고, 고난도 후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딪히고 나아갔노라고, 그런 내 삶을 사랑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렸을 때부터 유독 사회의 기준이나 체계에 의문이나 반감을 가졌었고, 주체성에 집착하곤 했다. 자라오면서 묘한 신경전이 들어있는 어른들의 가벼운 말들과 얕은 대화가 이상했고, 왜 아무도 정작 내 삶의 행복과 꿈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그 의아하고 이상하다고 느낀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천 개의 파랑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은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이게 뭔지 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반짝인다. 그런데 내 주변에 그런 어른들은 없었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간간히 미디어에 보이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미디어는 언제나 그들을 ‘우리’로 다루는 게 아닌 ‘그들’로 다뤘다. 사회의 모든 기준에 반대점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 대상화되는 사람들. 대상화는 보통 중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있다. 그래서 아직 머리가 크기 전에는 나다운 삶이란, 사회의 기준이나 체계에 반대되는 위치에 있어야지만 가능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 답게 사는 게 꼭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야지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주체적인 삶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나 역시 남의 시선과 평가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렵다. 내가 가기로 마음먹은 그 길이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정작 내가 없어진 결정인 걸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스스로 빛나기 위해서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자신의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데, 내 마음과 머리의 용량은 아직도 딱 1가지를 담아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라 아직도 ‘나의 삶’에 집중하면 세상의 기준에 어긋난듯하고, ‘세상의 기준’에 집중하면 내가 없어진 듯하다. 생각이 고민이 되어 꼬리를 물고 같은 자리에서 회오리 친다. 그리고 그 고민들의 빈틈을 채우는 불안함과 조바심은 내 시야를 자주 가린다.


언제나 문제는 출발하기 전까지 결과를 모른다는 것. 심지어 그 길이 맞는지 아닌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내 고민이 청춘의 고민인지, 아니면 인생을 관통하는- 끊임없이 답을 내릴 수 없는 생각의 한 조각인지는 아직 나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마이웨이의 노래 가사가 그렇게 멋져 보이나 보다. 지금 나의 시기를 지난 그리고 그 여정을 잘 이겨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까.


나는 반짝이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저 노래를 진심을 담아 부를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다. 그저 나의 삶과 그 삶을 살아갈 모든 순간의 나에게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낼 뿐.

My Way 가사 일부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I've lived a life that's full

나는 충만한 인생을 살아왔지

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모든 길을 하나하나 다 걸어보면서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I did it my way

난 내 길을 걸었다는 거지


Regrets, I've had a few

후회라, 하기야 했었어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하지만, 되새겨 언급할 만큼 후회한 건 없어

I did what I had to do

나는 할 일만을 했고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빠짐없이 모두 해내었지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나는 내 인생을 계획했고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걸어왔다네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I did it my way

난 내 방식으로 해내어 왔다는 걸세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knew

그리고 그런 때도 있었지, 아마 너도 알겠지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과욕을 부렸던 때도 있었다네

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하지만 그동안 남은 후회들은

I ate it up and spit it out

다 씹어버리고 뱉어내었어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그 모든 걸 정면으로 대면하고 그 앞에 꿋꿋히 버텼고

And did it my way!

그리고 그 모든걸 내 방식으로 해왔지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무엇을 위해 한 인간이 살았고, 무엇을 가졌나?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자기 자신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없지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진실로 스스로가 느낀 것들을 말하는 것이지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무릎꿇는 자의 말이 아니라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세상이 내가 당당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기록이 말할 걸세

And did it my way!

그리고 내 방식으로 해왔다는 것을

Yes, it was my way

그래, 그게 내가 걸어온 길이자 인생이었소




writer 심록원


blog

insta @deepgreenhill

about deepgreenhill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대학생 증후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