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나는 왜 직장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는가

상사·동료·성과 속에서 구조로 버티는 법을 배우다

by 딥핑소스

인턴으로 시작해 팀장이 되기까지

나는 20대 중반부터 아주 작은 소기업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대기업 계열 마케팅 에이전시의 팀장이 되었지만,

그 사이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5번의 이직을 거치며 수많은 조직과 다양한 사람을 경험했다.


의뢰받은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동안, 클라이언트와 파트너사,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를 360도로 상대해야 했다. 든든하고 따뜻한 동료와 함께 즐겁게 일한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성과로 인정받을 땐 뒤에서 날카롭게 손가락질하거나 은근히 질투하는 동료도 있었다. 나를 다정하게 챙겨주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거리를 두는 상사도 있었다.


그렇게 직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굴 속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이 얼마나 다양하고 예민하게 드러나는지를 배웠다. 그 과정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성향이 달라졌다.



성장과 성향의 변화, 풀스택 INTJ가 되어버렸다

주니어 시절에는 상사의 눈빛과 말투 하나에도 잠을 설치던 ENFP처럼 사람을 이해하고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데 몰두했다. 관계에 예민했고, 인정받고 싶은 열망도 컸다. 그러다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조직의 문제를 넘어서려 할 때는 ENTP처럼 시선을 전환하며 기발하게 돌파구를 찾아내야 했다.


대리와 과장 시절에는 더 치밀하고 논리적인 분석이 필요했기에, INTP의 기질로 구조를 세밀하게 쌓아가며 기획서를 설계했다. 팀을 이끌어야 했을 때는 모기업의 엄청난 매출 압박속에 프로젝트를 기어코 성공시켜야만 했던 ENTJ의 단단한 추진력과 묵직한 실행력을 익혔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합해 풀스택 INTJ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풀스택 INTJ라는 말은 단순한 성격 검사의 라벨이 아니다.


ENFP 시절에 익힌 따뜻한 인간 이해,

ENTP 시절에 체득한 유연한 프레임 전환,

INTP 시절의 집요하고 세밀한 분석,

ENTJ 시절의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


이 모든 단계를 거치며 나는 결국, 사람과 현상을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실력과 논리로 판을 짜되,

필요할 땐 냉철하게 감정을 절제하기도 하고,

감성이 필요할 땐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며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꼼과 과감한 프레임 흔들기로 상대의 감정적 논리를 흔들 줄도 알게 되었다.


소묘와 기획서, 그리고 글쓰기

이 성향은 일에서 뿐 아니라 나의 취미와 글쓰기 방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9년 추석쯤인가, 심각한 번아웃을 견뎌내기 위해 시작한 연필 소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정물이나 인물, 풍경처럼 눈앞에 있는 대상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렸다.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 했다.


그것이 내 방식이었다.

차분히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며, 그 위에 나의 해석을 덧입히는 것.


기획서도 마찬가지였다.

브랜드의 내외부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한 뒤, 거기서부터 방향성을 설계했다.


관찰과 분석, 그리고 구조화는 언제나 나의 습관이자 본능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돌아보면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동료의 말투와 태도, 상사의 방식, 조직의 구조에서 반복되는 미묘한 패턴을 관찰했고,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를 집요하게 분석했다.


그 위에 나만의 사유를 얹어 방향을 찾으려 했다. 불합리하고 답답한 순간이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든, 따뜻하고 고마운 경험이든,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든 재료였다.


이제 나는 그 재료들을 글로 기록하려 한다.
사람의 얼굴을 관찰하듯, 직장의 얼굴들을 기록한다.


관찰과 분석, 그리고 사유를 더해 직장의 순간들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직장은 결국 사람으로 굴러간다.

그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와 구조를 기록하는 것이,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직장인의 얼굴들은 내가 직장인이 된 지 벌써 15년,

직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상황 속에서 엿볼 수 있는 현상과 심리들을 위주로

내 생각과 사유,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오랜 시간 고민하며 장기 시리즈로 목차를 만들어두었다.


브런치에 연재 예정인 시리즈 <직장인의 얼굴들>은 직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관철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구조와 심리를 기록하는 연재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터의 풍경 같지만, 그 안에는 책임회피, 불안, 자기 매혹, 그리고 구조의 균열이 교차한다.


나는 팀장이자 관찰자로서 이 얼굴들을 분석하고, 동시에 우리가 일터에서 버티는 방식, 일터에서 좀 더 지혜롭게 성장하기 위한 생각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디핑(Dipping) 소스를 곁들이면 전혀 다른 맛과 풍미가 난다. 나의 글도 누군가의 일터에 시각을 깊게(Deeping) 만드는 소스 한 스푼처럼, 새로운 관점과 지혜를 더해주길 희망한다.




<직장인의 얼굴들> 시즌 1 "상사·동료·성과 속에서 구조로 버티는 법"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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