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딥마고 Mar 26. 2017

회색 구강기 가족

굴뚝, 젖꼭지, 자일리톨

미리 이야기가 된 것도 아닌데 우리 세 식구는 상하의를 모두 회색으로 맞추어 입고 침대 근처에 모여 있다. 책을 읽는 나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남편이 전자담배를 손에 꼭 쥐고 잠들어 있고, 오른쪽에는 딸이 공갈 젖꼭지를 오물거리면서 잔다. 남편은 자주 연기를 뿜어 내가 가끔 굴뚝이라고 부른다. 딸은 그저 입에 무엇인가 들어와야 마음을 놓는 평범한 영아다. 확실한 건 두 사람 다 구강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끔 자일리톨 껌 7개를 한꺼번에 씹는다. 그럼 화가 풀릴 때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딸이 나를 살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