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딥마고 Jul 31. 2017

평범의 숭고

개별적 삶의 무수한 스펙트럼을 '성공' 하나로 퉁쳐서 너는 무조건 할 수 있고 특별하다고 강요하는 콘텐츠들을 보면 이제 김연수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는 걸. 그렇다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사랑했으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 그가 수집하고 싶었던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하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일들을 들려주는 이야기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p.252

세상이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시끄럽게 외칠 때, 시도하다가 그만두어버린 대부분의 일, 사랑했으나 가지지 못한 일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특별하니 꿈을 이루라는 담론은 사실은 꽤 폭력적이고 피곤한 것이다. 성공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미미하고 소소한 것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당신이 부러워하는, 명예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저 개인들만큼 당신의 일상도 성공적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대단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리하여 남의 삶을 다룰 때는, 다각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쁜 스마트폰 시청자들의 인내심 없음을 고려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우리 삶에는 사실 성공과 명예보다 '특별'하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삶을 기록하기로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