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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마고 Mar 20. 2017

이모님들이 나라를 바꿀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는다면

3/16


방문 산후관리사('이모님') 4일째.


"평화야 너는 참 좋겠다아, 아빠가 사랑이 많으시고 잘 놀아주시고오, 엄마 아빠랑 맨날 맨날 음악 듣고 여행 다니고 친구처럼 지내겠다아,"

이모님이 남편을 딱 반나절 겪고선 다음 날 아침 평화에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마사지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바쁘게 눈을 굴리느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거들먹거리기만 하는 아빠가 얼마나 많은데에, 아주 그냥 아기는 엄마 혼자 낳은 줄 알죠오, 그치 평화야?"

그제야 내가 눈을 들어 물었다.
"아, 그래요? 요즘에도요?"
"그럼요. 남자인 게 벼슬이라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아내 막 대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깜짝 깜짝 놀라고 그래."

나는 아침밥도 안 먹었는데 고구마 천 개 먹은 듯 배가 거북해져왔다. 그리고 산후관리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진 그녀의 삶과 사람을 보는 통찰을 잠깐동안 상상해보았다. 다른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일터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타인의 삶의 파편들. 결혼사진, 가구의 배치, 진열장에 놓인 물건, 신발, 침구의 무늬... 그런 것으로 타인의 삶에 반 발자국 들어서 잠깐 엿보다가 정이 들 때쯤 이내 이별해야 한다는 것.

오늘 아침엔가 나는 물었다. 다양한 가정을 겪는 기분이 어떠시냐고.

"거의 비슷해요, 사람 사는 게."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모르긴 몰라도, 대선 주자들에게 육아 정책에 관해 한 마디 하실 수 있는 분을 찾는다면 '이모님'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집집마다 비슷한 것들을 기준점으로 두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에 매번 적응해나갈 그녀의 삶이 궁금했다. 어떤 것에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한숨을 쉬는지도, 또는 체념하는지도, 술 한 잔 드시고 누군가에게 훈계하듯 늘어놓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삶을 몰라서, 궁금해서, 그녀와 같은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읽었으면 좋겠다. 거들먹거리는 남자들, 모든 아기들의 특별함, 그런 것들이 휘발되지 않고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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