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귀찮은 그런 여행, 시작
2년 동안 7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달팽이 마냥 짐을 이고 지고 다니며,
적어도 수백 번은 짐을 쌌다 풀었다 했다.
여행 짐을 빨리(!!!) 챙기는 걸로는 글로벌 탑이라 자부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캐리어를 열어 놓고,
청바지를 넣었다 뺐다. 가디건을 넣었다 뺐다 하며
그 앞에서 한 시간을 넘게 고민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100일간의 배낭여행에서
겨울 유럽의 추위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 나는
이 정도로 괜찮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옆에서 보던 남편이 말했다.
“유럽 이상기후라서 스페인에서는 반팔 입는다고 하더라.
그만하고 애들이랑 좀 놀아줘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없잖아.””
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빠 그런데 이번엔 코펜하겐을 가잖아.” 했다.
남편은 T답게 날씨를 검색해 보더니,
“서울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지금 입는 대로 챙겨” 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가?”
하고도 또 외투를 넣었다 뺐다 하고 있으니,
급기야 목소리가 커진다
“여행 처음 가는 사람처럼 왜 그래?”
그랬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 쓰고 출장이라 부릅니다)은
진짜 진짜 오랜만인데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어
굳이 굳이 코펜하겐을 일정에 넣었다.
다른 팀과는 파리에서 합류할 예정이라
코펜하겐은 온전히 혼자 보내야 하는데,
일단 새벽에 인천공항을 가는 것부터 검색을 시작해야 했다.
우리 동네 정류장에 공항버스 첫 차는 몇 시 인지부터
공항에서 시내는 어떻게 가는지,
밤에 도착하는데 공항철도는 늦게까지 있는지
도착하자마자 교통편을 예약하려면, 카드로 가능한지
환전을 해야 하는지
크로네는 몇 유로 인지, 환화로는 어떤 비율인지
당연하고 별것 아닌 사소한 모든 것들을
챙겨야 하는 이런 상황이 낯설었다.
처음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설레고, 조금은 귀찮은 혼자 떠나는 여정
아, 다음엔 그냥 개별 일정 없이 다른 분들과 같이 가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휴...이걸 2년이나 어떻게 한거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혼자 하는 여정이라, 실시간 업로드를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