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귀찮은 그런 여행, 집을 나서다.
인천공항에 6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내가 출발할 즈음은 애들이 자는 시간에 월요일 새벽이니 남편이 데려다줄 수도 없고
공항철도 타려면, 전철 첫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까. 시간이 빠듯하고
그렇다고 택시를 탈 수도 없고
알아보기 귀찮아서 , 내내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다.
사실 어떻게 가나 걱정도 하지 않았다. 뭐 어떻게든 가겠지.
그러다 문득 출발 전날에서야
“우리 동네에 공항버스가 오잖아? 다시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동안 운영 중단한 기간이 있었음)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 봤자 총 이동 시간만 나올 뿐,
그래서 첫차가 몇 시 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제주도 출장 때 김포공항 시내버스 기다리다가 한번 당함 비행기 못 탈뻔함)
공항버스 시간표를 찾아서, 첫차 출발 시간과 우리 동네 도착 시간을 체크했다.
광명에서 4시에 출발해 우리 동네 도착하는 시간은 4시 49분.
6시 반까지 충분히 여유롭다. 됐어. 공항까지 이동은 공항버스로 결정했다.
정류장까지 평소 짐 없이 걸어서 10분 좀 넘게 걸리니까,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20분 전쯤 나가면 되겠다 싶었다.
3시 50분쯤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마치 홈쇼핑 첫방 하는 날처럼,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기 시작했다.
(홈쇼핑은 새벽 6시부터 생방송이 시작되는데, 6시에 하루를 여는 생방송을 ‘첫방’이라고 부르며, 첫방 스태프 미팅 시간은 5시이다. )
이럴 거면 밤을 새우고, 비행기에서 잘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자볼까 고민을 하다
1시쯤 되니 눈이 스르르 감겼고,
혹시나 준비하다 아이들을 깨울까 싶어 거실에서 쪽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벌컥 열고 둘째가 울며 나왔다.
“엄마 가지 마”
작고 동그란 얼굴을 내 무릎에 파묻고 우는 아이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곁에 함께 누워 토닥토닥 해주었다.
잠귀 밝은 둘째는 새벽 2시 반부터 3시 반이 넘도록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며,
나를 더듬었다.
이제 나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슬그머니 나오니
여지없이 따라 나온다. 그리고는 세수를 하는 나를 보고 기어이 대성통곡을 하고야 말았다.
이러다 첫째도 깨울까 걱정이 된 남편이 나왔고,
아빠 무릎에 앉아 진정을 하긴 했는데,
엄마가 나갈 때 빠이빠이를 하겠다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저 애의 고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3년 동안 무수히 많이 겪었기 때문에
나는 빨리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대충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나니,
그제야 뽀뽀와 포옹을 하고 잘 다녀오라고 해준다.
잠결에도, 엄마가 떠나는 그 순간 인사가 꼭 하고 싶었나 보다.
인사 소리에 첫째도 나온다.
“엄마, 조심해서 다녀와. 뽀뽀하자.”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다정하게 속삭여주는 딸이라니. 다 키웠다.
“엄마, 젤리 사 와”
“엄마가 초코도 사 올게.”
“아니 후는 젤리가 좋아.”
인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2시 반부터 자다 깨길 반복한
둘째가 요청사항을 전한다.
“응. 엄마 다녀올게.”
그렇게 나는 애들에게 등 떠밀려
1월의 추위 속에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4시라는 시간에 집에서 쫓겨났다.
설렘과 귀찮음이 삭제된 당황스러운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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