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은 태어날 아이의 성별을 내포하기도 하고,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여느 의미 있는 꿈들이 그렇듯 태몽을 꾸는 이유도 과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처럼 삼신할미가 점지해 주는 아이라는 말도 있고, 아이를 많이 생각해서 꾼다는 말도 있다. 감정적인 부분을 좀 빼고 생각한다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임산부가 꾸는 많은 꿈들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쑥쑥이(내 아이)의 태몽은 작고 하얀 새였다. 꿈속에는 초록과 들꽃이 가득한 들판이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도 길은 나있지 않아 인적이 드문가... 생각되는 곳, 그런 들판 사이에 하얀색 작은 새가 앉아있었다. 몽실몽실한 구름을 떼다가 뭉쳐놓은 것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새였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풀밭에 있던 새를 두 손으로 안아 가만히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꽃들이 흩날린 걸까, 눈이 내리는 것처럼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할 때 나는 꿈에서 깼다.
사람들이 태몽은 너무 생생해서 ‘이게 태몽이구나.’ 안다고 했는데... 나는 태몽도 처음이라 한동안은 내가 꾼 게 태몽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심 더 생생하고 꿈같은 꿈을 누군가 꿔주지 않을까 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내가 꾼 꿈을 태몽으로 하기로 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태몽은 아이를 가지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단계이다. 직접 꿀 수도 있고 주변에서 꾸기도 하니까 절반 이상의 예비 엄마, 아빠들이 태몽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태몽이 없다면?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나는 태몽을 꾸고 싶어서 임신 테스트기 두 줄을 보자마자 태몽은 언제 꾸려나 오매불망 기다렸었다. 결국 6주 차 때쯤 꾸게 되긴 했지만 계속 못 꿨다면 어땠을까, 주변에서도 내 아이의 태몽을 알리는 이가 없다면 어땠을까.
우리 엄마가 꿨던 나의 태몽은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잉어였고,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태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가 물어봤을 때 태몽이 없다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태몽을 꾸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개의치 않는 엄마, 아빠와는 달리 혹시나 아이가 아쉬워한다면 덧붙일 말을 생각해 본다. 내가 태몽을 꾸기 전에 들었던 말, 태몽이 없는 아이는 전생이 없이 첫 생을 사는 아이라는 누군가의 따듯한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아이와 할 수 있는 첫 번째 대화는 아이가 전생에 천사였던 것이다. “우리 ㅇㅇ이는 전생에 천사였어. 천사는 사람한테 모습을 드러낼 수 없어서 태몽을 꿀 수 없대. 엄마, 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두 번째 대화는 기존의 삼신할미 이야기에서 나왔다. “태몽은 삼신할머니가 아가랑 부모를 서로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힌트 같은 건데, 우리 ㅇㅇ이는 엄마랑 아빠를 힌트도 없이 바로 찾아와서 엄마가 태몽을 안 꿔도 됐어!”. 여기에 사랑스러운 말들을 덧붙여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전생이 없이 첫 생을 사는 아이라는 점이다. “우리 ㅇㅇ이는 이번이 첫 번째 생이야. 보통 태몽은 아이의 전생을 가지고 이 아이가 앞으로 뭘 좋아할지, 성격이 어떨지 알려주는 건데, ㅇㅇ이는 이번에 엄마, 아빠랑 그걸 찾아내고 만들어나가는 거야!”
간혹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태몽을 적어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혹은 아이가 적당히 커서 물어볼 수도 있으니, 대화의 종류는 아이의 나이와 성향에 맞춰서 부모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태몽이 있고 없고는 가정마다 다를 뿐이고 아이의 소중함에는 어떤 차이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안다. 다만 아이가 마음이 다 크기 전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어릴 때 들은 태몽을 간직하고 있는 나처럼 누군가에게도 소중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노파심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