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귀로 열심히 강의를 들려주던 무선 이어폰이 귀를 벗어나 하필이면 물속에 퐁당 빠졌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이어폰도 놀랐는지 송출 중단... 떨어진 이어폰을 얼른 건져내서 탁탁 털어서 물을 빼내고 키친타월로 감싸서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얼른 네이버를 검색해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무선 이어폰 물'이라고 치니 비슷한 상황은 겪은 사람들의 질문과 답변이 조금 보인다. 변기에 빠뜨린 사람 보다야 100번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처법을 보니, 일단 충전은 절대 안 되고 습기제거제 등과 같이 3~4일 밀봉시켜두고 내부 물기가 다 말랐다고 생각될 즈음, 사용해보고 안되면 버리란다. 음 의외로 심플한 답.
잠깐 부주의하게 무선 이어폰을 다룬 나를 조금 혼낸 후, 우선은 스페어로 가지고 다니던 다른 무선 이어폰을 충전해둔다.
그렇다. 나의 무선 이어폰은 두 개.
처음에 남편한테 무선 이어폰을 하나 받았었는데 회사 첫 회식 다음날 가방에 없음을 확인하고 술김에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남편이 알기 전에 부랴부랴 같은 것을 재빨리 사기로 했다. 브랜드 이름은 전혀 기억이 안 나서 무선 이어폰을 검색하다가 Britz 라는 브랜드이 명이 왠지 눈에 익었다. 눈에 익은 걸로 '내 감을 믿자'라고 생각하고 샀으나, 개봉, 그리고 연결까지 해보고 나서야 블루투스로 잡힌 기존에 쓰던 브랜드와는 이름 첫 글자부터가 다른 종류라는 걸 깨달았다. 눈에 익었던 Britz라는 브랜드명은 서재에 있는 스피커에 쓰여있는 이름이었고, 남편이 준 무선이어폰은 'Penton' 이었다.
여하턴 그렇게 다른 무선 이어폰을 산 채 다시 한 달이 흘렀다. 회사의 두 번째 회식 후 귀갓길, 버스 안에서 음악이나 듣자 싶어 이어폰을 귀에 꽂았는데 Britz의 오른쪽 아이가 후루룩 아래로 떨어졌고, 바닥을 연신 살펴봤으나 찾지 못한 채 버스를 내려야 했다.
두 번째 분실- 어디 한쪽 이어폰을 파는 곳이 없나 중고나라를 살짝 뒤지면서 '난 무선 이어폰 이랑은 인연이 없나... 그렇게 나이 든 사람인가...'조금 자책했다.
그러나 슬픔도 잠깐,
그로부터 며칠 후, 아이와의 주말 나들이용 가방에서 남편이 준 바로 그 Penton 이어폰이 케이스째로 발견되었다! 마침 첫회식 다음날이 이삿날이라 내가 혹시 잃어버릴까 싶어 중요서류와 함께 잘 넣어뒀던 것! 회식 날은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던 것이다.ㅜㅜ
그렇게 기쁨을 느끼고 있던 다시 며칠 후 가방에서 버스에서 떨궜다고 생각했던 Britz 오른쪽 이어폰 하나가 굴러 나왔다. 버스에서 떨어진 그 이어폰은 버스 바닥이 아니라 가방 안으로 떨어졌고 그래서 그 당시 버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졸지에 무선 이어폰이 두 개 생긴 나는 나이가 들어도 어딘가 허당 같은 이 성격은 그대로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달으며 무선 이어폰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 거였다. 더군다나 더블로-
이번에 물에 퐁당한 이어폰도 가방에 떨어졌었던 바로 Britz 그 아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네...
덜렁거리고 뛰어다니는 성격은 어른이 되면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28살 때 뛰다가 넘어져서 양말에 구멍이 생겼을 때, 35살에 출근길에 뛰다가 넘어져서 하이힐이 저 멀리 날라갔을때, 그리고 42살에도 이렇게 물건을 떨구고 잃어버리고 다시 찾고... 하면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게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 부다
어쨌든, 고생하는 나의 무선이어폰아,
3일간 잊지 않고 있을 테니 내장기관 얼른 뽀송뽀송하게 잘 마르렴.
다시 이곳저곳을 함께 다녀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