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워 보이는 직업

047. 흔한 디지털 마케터

by Defie

오래 살고 싶지만 가진 것도 없이 어딘가 이곳저곳 아프면서 연명하듯이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므로 오래 살려면 바짝 잘 벌든 오래 벌든 두 가지 중의 하나는 해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내 쪽은 전자는 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후자의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도 영위가 가능할까... 가끔씩 생각치도 못한 위기가 온다.


가장 큰 문제는 내 직업이 흔하디 흔한 디지털 마케터라는 것. 세상 사람들 누구나 소비를 하고 있고 광고를 접하고 SNS에 노출되어 있으며 요즘 유튜브가 뜬다며?라는 이야기를 들어오는터라 과정은 참 쉬울 것 같아 모두가 한마디 거들 수 있고 그 반면 결과치는 숫자로 바로 나오기 때문에 성과에 대해 평가까지가 너무도 용이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성공사례라고 지칭되는 저 B급 광고가 나오기까지 몇 명의 사람들이 얼마큼의 돈을 들이고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마케팅 조직의 제일 위의 책임자까지도...


기발한 아이디어는 누군가의 뛰어난 머리에서 나올지라도 이를 실행할, 리딩 할 그리고 혹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경우 이를 책임질 구성원들이 그 안에 모두 속해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만 업무가 전담된다던지 시도는 저쪽 사람들만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질책은 이쪽 위가 한다고 하면 어느 순간 그 조직에서 아이디어는 사라진다. '말해봤자 내 일로 떨어지는데 뭐하러?'

'책임은 나한테 지라는데 이 리스크가 있는 걸 굳이 왜 내가?'

그렇게 마케터들은 일의 본질에서 멀어져 가고 그냥 해오던 일만을 하게 된다.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돈이 든다.

혹 돈을 쓰기 싫다면 시간과 사람이 많이 들어야 한다.

돈도, 시간도 들이기 싫다면 디지털 마케팅보다는 영업이나 텔레마케팅 쪽이 더 확실하다. 일단 개별 인건비가 덜 들고, 굳이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없으며, 마케팅 플랜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 없이 하루에 얼마큼 할당량을 채우고 감독하면 되니까-


뭔가를 볼 때마다, 살 때마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아 이 아이디어 좋은데?'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피곤한 마케터라는 직업보다 퇴근하면 업무에서 멀어질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삶이 조금은 편해졌을까?


이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마음이 무겁다. 풀 수 없다면 가위로 잘라내는 것도 답일 텐데, 아직은 그간 해온 것들에 애정이 남아있어 머리로, 손으로 살살 풀어내 보고 싶다.


그동안 고생했어.

조금만 더 해보고 그 다음에 다시 고민해보자.

일단. 나를 다독인다.

해결책을 찾으려면 내가 먼저 힘이 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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