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3개월, 6개월, 9개월...
적응할 만하면 아 이 회사가 아닌가 싶고 일이 지겨워지며 더 좋은 곳이 없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고개를 드는 시기-
다시 또 1년, 3년...
굳이 시기를 따지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가지 않은 길에 자꾸만 미련이 생겨 퇴사를 고민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야 할 만큼 이직이 잦았다. 좋게 말해서 프로퇴사러 쯤으로 해두자. ^ ^시행착오가 많았던 만큼 경험치도 상승했는데 이젠 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면서 좀 더 이성적이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이성적인 척 하지만 굉장히 감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한 번 무슨 생각에 빠지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의 특성을 알아버린 것도 있고, 퇴사라는 게 결정은 쉽지만 그 후의 후폭풍이 얼마나 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사'라는 단어 앞에서 이성적이라는게 알고는 있지만 이게 실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단 퇴사에 대한 전제부터 바꿔야 한다.
이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저 회사가 좋아서 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것이어야만 그 뒤에 의미가 있다.
이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마찬가지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의 시간은 경력과 월급이 쌓이는 시간이지만 회사를 그만둔 직장인의 시간은 월급을 까먹고 점점 어딘가에 지원이 어려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단 멈춘다'로는 해결되는게 없다. 이 전제 하나만 있어도 퇴사를 만만히 보지 않게 된다.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월급도 적고 상사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참을 수가 없다면, 구인 사이트를 열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일단 없다면 .... 거기에서부터 현타가 온다.
혹시 이상적인 곳이 있다면 지원을 해본다. 연락이 오는 곳도 있고 떨어지는 곳도 있을텐데 지원을 하고 떨어져 보고 2차 면접을 보고 이러면서 지금 떠나려고 하는 이 회사의 첫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떻게 들어왔는지 그때 내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기억이 나기도 할 거다. 거기다 들어온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적응하려고 애썼던 수 많은 날들을 또 겪어야 한다는 것을 함께 시뮬레이션 해본다.
잘 돼서 이직을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몇 번 떨어져 보고 현재의 내 취업계의 포지션을 파악하게 되면서 또 다시 퇴사 의지가 반 정도는 줄어든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보강하자 거나 경력을 조금 더 쌓자거나 하는 추가적인 방향성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할 생각까지 들었다면 생각과 운신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다. 입바른 소리를 해서 꾸지람을 들어봤자 마지막 끝은 결국 퇴사인 것고 상사와 사이가 나빠져봤자 그 끝은 결국 퇴사밖에 안 되는 거니까- 어차피 나갈마음 먹은 거 하는 데 까지 해보자, 나중에 미련이라도 없게. (단 싸우지는 말자...)
무슨 소리냐, 난 지금 당장 힘들다!!
퇴사는 하고 싶은데 이직이고 뭐고 다 귀찮다면,
그냥 12개월 할부로 꼭 갖고 싶었던 고가의 무언가를 사자. 명품이든 차든 지금은 상황상 어렵지만 호화 여행이든 - 할부기간 동안은 퇴사 생각을 조금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났더니 퇴사에 대한 갈망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일단 오늘은 퇴사 말고 퇴근부터 생각하자.
집에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골뱅이라도 하나 집어먹으면
세상이 다시 좋아보일 수 도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