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이야기가 조금 섞인

104. 쭈꾸미

by Defie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는 쭈꾸미송~

"대머리라고 놀리지마제발, 내 머리 얼마나 매끈한지 알아~ 매끈 매끈 매끈한 내 머리

쭈꾸쭈꾸 ♪ 쭈꾸쭈꾸 쭈꾸쭈꾸♬ 쭈꾸쭈꾸 쭈꾸미"

힘차게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주꾸미 먹고 싶어요"

봄철 주꾸미라니.. 6세 아이의 취향 치고는 스태미나가 넘친다.

"그래"


시원하게 대답해준 후 어디에서 주꾸미를 사야 되나 써치하기 시작했다.

회사 바로 앞이 가락시장이지만 어젠 회식이라 살 여유가 없었고, 비교적 빠르게 배송되는 쿠팡, 오늘 회, 마켓 컬리에서 가격비교. 오늘 회로 대충 정하고 일단 스톱. 500그람을 사면 배송비가 붙는데 1킬로 까지는 좀 많고... (당일 오후 3시까지만 사면 당일 저녁까지 신선하게 배송해준다. 마켓 컬리 전 마케터가 창업한 회 산지직송 당일배송 앱이다)

일단 오늘 휴일의 국가적 목적인 투표부터 하고 와야겠다 싶어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근처 초등학교로 향했다.

1미터 거리두기, 비닐장갑 착용, 신분확인,

투표도장을 찍고 노파심에 잘못 접으면 다른 데까지 번질까 싶어 몇 번 흔들어 준 후 곱게 접어서 투표 완료


혹시나 싶어 근처 그나마 좀 큰 마트에 갔더니 마지막 남은 쭈꾸미가 한 덩이 기다리고 있다. 4만 원 이상 구매 시 집까지 배송!

사과와 주꾸미에 함께 넣을 부추 등을 잔뜩 사서 배송 요청 상자에 담았다. 기온이 높아서 어패류는 직접 가져가는 게 좋단다. 그래서 쭈꾸미만 비닐봉지에 담아 쭐래쭐래 들고 왔다.


저녁,

깨끗하게 씻어서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자른 부추를 찜기 바닥에 깔고

밀가루로 깨끗해진 주꾸미를 눕혔다.

아이에게 보여주니 잔뜩 기대만발


15분? 정도 찌고 나자 아이의 쭈꾸미송과 똑같은 탱글탱글한 쭈꾸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는 참기름에, 어른은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주꾸미 부추 찜. 아이 때문에 간이 적은 요리로 했는데 꽤 맛있다.

아이가 엄지 척을 해준다.

그래.. 내가 이 맛에 살지... 부추 향에서 봄내음이 난다.



여유로웠던 휴일 하루.

TV에서 선거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험 보고 나서 답안지 같은 건 안 적어오는 타입이라, 출구조사만 대충 보고 TV를 끈다.박빙인 곳도 많고 하니 내일 오전 되면 알겠지...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선점했던 이번 선거

사방에서 선거 이야기를 할 테니 굳이 나까지 얹지 않을 생각이긴 하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이 났다.


세월호에 타고 있었던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일반인들의 평범한 삶을 온전히 지속하게 하는 것

난 그것이 정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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