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 버렸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구매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시시각각 처분하지 않으면 자꾸만 쌓이는 것들이 있다.
아이가 매일 어린이집에서 양산해오는 만들기 작품
아이의 작아진 옷
그리고,
어디선가에서 자꾸자꾸 생기는 '사은품' '샘플' 등이 그것이다.
제대로된 나만의 '미니멀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내 집과 맞지않는 물품은
그것이 공짜이든 선물이든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추운 거리에서 무언가를 나눠주시는 분들의 그 간절한 건넴을 지나칠 수 없을 뿐더러
소모되는 생필품 비용을 '절약'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져오게 되는 것도 있고
내가 보기에는 참 별거 아니지만, 아이의 눈에는 굉장한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지만 참 하찮은 것들 중에서도 가장 큰 사이즈를 차지하던 것이 바로 남편이 작년 거대한 택배박스로 만들어준 박스종이집.
그 위에다 핑크,노랑, 남색의 시트지를 붙여주었었는데, 아이는 그 위에다 그림을 그리고, 안을 아지트로 꾸미고
그즈음 선물로 들어온 텐트 집과 연결해서 신나게 놀곤했다.
공간차지도 너무 많고, 아이가 물감으로 낙서한 부분에서 자꾸만 부스러기들이 떨어져서 남편은 진작에 "갖다버리자"라고 했었는데, 아이가 좋아하니 조금만 더 놀리자.. 라는 말로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그 박스집을
'크리스마스트리 자리가 없고 집이 2개이니, 이 집은 동생에게 주자'는 말로 아이를 설득해 처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는 아는 동생에게 '준다'고 알고 있지만, 낙서가득한 택배박스 집을 누가 가져갈리 만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박스집 해체작업을 시작했다. 뭐 좀 마음에 걸리는 일도 있고 해서 '스트레스 해소'겸 발차기로 시작한 해체작업은 택배박스와 테이프를 분리하듯, 종이와 시트지 분리로 이어져 40여분만에 종이더미로 변했다.
해체를 하려고 집 문을 열어제끼니, 안쪽에 그림들이 가득~ 그냥 보내기가 왠지 미안해서 그림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두었다.
1년 반동안 아이의 아지트로, 그림판으로, 가끔은 남편이 숨바꼭질 공간으로 제 몫을 열심히 해 준 것도 모자라, 스트레스 해소까지 시켜준 고마운 박스집이여 안녕! 벼르고 별렀던 일을 해 치우고나니, 꽤나 마음도 후련해졌다.
집콕, 수험생모드, 한동안은 집 안에서만 계속 이루어질 일상-
스트레스 풀 데도 없고, 브런치에 쓸 것도 없고, 공부는 안되고.. 단조롭고 비생산적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한정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지극히 적은 여유라는 주어진 바운더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