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틀전

353. 몰래면접

by Defie

퇴사를 주위에 알리지 않았고

2월말 시험이 끝날때까지는 칩거를 다짐하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일단 구인사이트의 이력서는 업데이트해온터였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턱없이 모자란 실력과 그 실력을 만회할만큼의 시간부족을 한탄하면서도

일단은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않기로 하고

새해도 실감 못하고 있던 어느 밤

어느 회사 인사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구직사이트에서 보고 연락드렸다고

내일 면접이 가능하냐고..,


일단 회사를 검색해보니 집에서 아주 먼 곳은 아니고

커머스분야, 사원수도 꽤나 많은 곳이다.

직접지원보다 해드헌터쪽이,해드헌터보다 해당 회사의 인사팀이 채용에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엉겁결에 ok.

제일 춥다고하던 12월 30일 오후 2시반 면접이 잡혔다.

가족들에게 말했다가는 부담만 커질것 같아 패스


면접용 옷을 확인하고, 면접오라는 회사의 마케팅 상황을 확인했다. 앗, 아까검색한 곳과 위치가 다르네... 조금 낯익은 곳.., 그리고 멀다.

연락준 인사팀에서 그다지 많은 정보를 주지 않았으나 일단 지원자가 아닌 추천인이니 심리적 부담은 덜하다.

그 와중에 시험공부를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금 업데이트하고 어디까지 이야기해야할지, 까다로울 것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큰 기대를 내리고 혹시 출발직전 오지 말라고 한다던지 할 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함께했다. 하필이면 제일 추운 날인가... 낮 공부는 날라갔네...그래도 기분좋게 출발!


면접볼 회사는 꽤 나 멀었던 그리고 결과적으론 안 좋은 인연으로 판별났던 직전의 회사와 2정거장 차이인 곳, 일단 거리는 불합격, 가는 내내 잊고있던 퇴사의 기억이 떠올라 조금 불편했다,


30분전 회사도착

사장님은 요즘 유행하는 커머스쪽 대표의 프로토타입, 젊은 남자

생각보다 질문은 무난했고, 답변에 대한 피드백도 긍정적, 인상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좀 더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일이 많을거고 신입에 가까운직원들을 데리고 하나하나 가르쳐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입사가능시기에서 조금 고민(마음같아서는 3월이라고 말하고싶었으나 양해해줄곳이 아니므로) 2주정도의 텀을 두었고, 연봉은 여유로운 마음처럼 조금 더 불렀다.

면접종료, 마음에 드니 곧 연락주겠다는 대답을 들었고 연락은 내일이라고 했다.


'어째 생각보다 잘끝났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직 쓸만하네'라는 생각이 처음, 그 다음에는 고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붙으면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험은 볼 것인가?

집에서 출퇴근 소요시간 최소 3시간...괜찮을까?

스타트업,실행자이자 관리자이면서도 책임자... 마케팅 총괄이면 일도 많을텐데...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있을까?


무슨 배부른 소리야!

일을 할수 있는 자체가 중요한데...그냥 해야지...

아니야 공부를 더 해서 시험을 봐야되는데...

아... 거절하면 나중에 후회될텐데... 면접을 가지 말았어야 했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면접과 결과에 대한 고민은 밤을 지나 꿈으로 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시달리다 깨어난 새벽,


퍼뜩 떠오른 그간의 기억.수많은 면접과 회사생활과 퇴사의 과정들... 그리고 깨달은 점은


'아직 합격통보를 받지 않았고

세상의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이었다.


그렇다, 김칫국일 수도 있다는 걸,

채용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며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질수도 있고 설령 들어가서도 단시간에 뛰쳐나오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나서야

입을 다물고,

다시 그냥 조용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

.

.

새해하고도 4일이 지난 지금

그 회사에서는 합격도 불합격도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다.

매너없는 여타의 작은 회사들이 그렇듯 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호기롭게 부른 연봉과 다른 채용 선택지들을 보면서 잠시 뜸을 들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그 회사와는 인연이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헤프닝같은 일이었지만 짧고 굵은 김칫국 고민을 통해서

이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곳은 싫은지 우선순위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던 2020년다운 엔딩이랄까?


여전히 실수도 헛생각도 많은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뭔가를 깨닫고, 조금씩 성장한다.


2021년은 그간의 힘든 일들이 어떠한 결실로 보이는

조금 더 선명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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